익숙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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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온 지 오늘로 101일. 남편이 이야기해 주어서 알았습니다.^^  장난삼아 '케이크라도 사다가 축하할걸...' 했더니 피식 웃고 맙니다. 너무너무 추워서 '여기서 살 수 있을까?' 했었던 3월이었는데... 어느새 '야~~ 시원하고 참 좋다'라는 6월이 왔으니 그동안 적응 잘한 거겠죠?


처음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저를 보고 '몸이 아파서 요양 왔어?'라고 물으시는 어르신들도 계셨습니다. 전 단지 집 안에서 정리하고 익숙해져야 할 것이 많았을 뿐인데... 또 그땐 바깥이 너무 추웠구요. ^^ 신발을 신고 드나들어야 하는 부엌도 어색했고, 고무장갑을 꼈음에도 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차가운 지하수와도 빨리 친해져야 했습니다(부엌엔 온수가 나오질 않거든요. ㅎㅎ). 이제는 부엌 드나드는 일도 익숙하고, 고무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시림이 싫지 않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자리를 잡고 우리 집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지금,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은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벌레입니다.


여기는 지렁이도 너무 크고 통통해서... 가끔 잡초를 뽑다 마주치면 머리가 쭈뼛 섭니다. 거미는 또 얼마나 부지런한지, 치운 지 하루 만에 빨랫줄에 다시 집을 지어놓아 저를 놀라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 밖에 있는 이 녀석들이 아니고, 집 안에서 만나는 녀석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이 녀석은 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아주 작은 크기이지만 보고 있노라면 온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그다지 징그럽게 생기지 않았는데 말이죠(다리가 많기는 한데... 너무 자세히 설명하면 괜히 상상하실까 봐 여기까지...ㅋ). 이러는 제가 남편 눈에 너무 유난스러워 보일까 걱정 안 한 건 아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 녀석이 눈에 보이면 남편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요 며칠 자주 나타나는 이 녀석들 때문에 버릇까지 생겼습니다.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 화장실, 부엌, 방 안에서도 벽을 유심히 보고, 바닥도 자세히 보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지요.ㅎㅎㅎ 그러다 발견하면 바로 남편을 호출하죠. 아직까지는 번개같이 달려와 주는데... 시간이 더 흐르면 저도 이 녀석에게 익숙해져 남편 없이도 잘 대처할 수 있을까요? 마음 같아서는 어서 빨리 익숙해지고 싶습니다 (안 보이면 더 좋겠지만요 ㅎㅎ).


  • 고니

    2014-06-11 14:17
    지금 오른쪽 한번 둘러 보십시오. 바로 고녀석이 있을 거에요. ㅋㅋㅋㅋ
  • 써니

    2014-06-11 15:01
    헐~~~~. 그걸 지금 장난이라고...한국 나오면 꼭 와라. 내 기억해두마!!!
  • haru

    2014-06-12 08:51
    싱가포르의 흔한 나방이라고 검색해보시면 쪼금 위안이 되실지도 모르겠네요..ㅋㅋㅋ
  • 써니

    2014-06-12 09:15
    퇴치법이 없을까 해서 검색을 하다가 이름을 알았습니다. '노래기' (이름도 별로야~~) 제가 농약사에서 약 사다가 집 주변에 뿌리자니 남편이 '그렇게 종류별로 약 뿌리다가는 우리가 먼저 죽겠다' 합니다. --; 지난번에 지네 만난후에 지네약도 뿌리자고 했었거든요. ㅎㅎㅎ
  • hhj

    2014-06-12 10:43
    나도 가을에 고구마 캘때 너무 뚱뚱한 지렁이가 자꾸 나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올 봄엔 개구리인지 두꺼비가 튀어나와서 심장 떨어질 뻔했어
  • 써니

    2014-06-13 10:10
    요즘 풀들이 너무 많이 자라서 아침, 저녁으로 풀 뽑고 있는데... 아주 여러번 놀래켜 주시고 있당~~ㅋㅋ 덤덤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듯 하다. ㅎ
  • BC

    2014-06-12 18:36
    101이라는 숫자... 이제 개론은 띈 것인갑네요.^^
  • 써니

    2014-06-13 10:12
    ㅎㅎㅎ 그럴리가요? ^^
  • 하나비

    2014-06-25 11:54
    지인의 페북에서 보고 들렀습니다 저도 시골살이 6년차 접어들었어요 집안으 다리 많은 벌레들은 마당에 닭을 놓아 기르면 없어집니다 물론 마당에 닭을 놓아 기르면 또 다른 일들이 생길 수 있지만요 ㅎㅎ
  • 써니

    2014-06-25 17:11
    ㅎㅎㅎ 감사합니다. 유독 제 눈에만 잘 보이는 '노래기'가 아직은 닭살이 돋을만큼 싫지만... 닭을 키워서 없애자니.. 지금 듣는 닭 울음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단 생각이...ㅋ 요즘엔 2중창, 기분좋으면 3중창으로도 울더라구요. 화음도 어찌나 잘 맞는지... 혼자 '피식' 웃곤합니다. 우선은 '노래기'가 들어올 만한 구멍들을 막아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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