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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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이슬비가 잠시 멈춘 사이 아내와 함께 텃밭을 둘러보다 돌담 위에서 어린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비에 흠씬 젖은 채 미동도 없어 죽었나 싶었다. 차마 맨손으로 만지기 어려워 집게를 가져다 슬쩍 들어보니 희미한 눈을 치켜뜬 채 살아있다. 아, 어떻게 해야 하지, 마음이 급해졌다. 손바닥 절반만 한 작은 새를 누가 쪼았는지 머리와 등에 상처투성이다. 죽음의 전령이라도 되는 듯 개미들까지 달라붙어 있다. 우선 물로 대충 씻어 개미를 털고 집안으로 데려왔다.


따뜻하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 헤어드라이어를 틀어 젖은 몸을 말려줬다. 박동이 약간 빨라지면서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이제 됐구나. 짧은 안도가 찾아왔다. 급한대로 면봉에 후시딘을 묻혀 상처에 발라준 후 작은 상자를 구해 낡은 옷을 넣고 새를 감싸놓았다. 혹시라도 배고플까 봐 약간의 물과 몇 가지 곡물 낱알을 함께 넣어주었다. 더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잠시 지켜보다 창가 쪽에 놔두고 일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까? 움직임이 없다는 아내 말에 가보니 어린 새는 눈을 뜬 채 숨을 거두었다.


짧은 순간, 여러 후회가 밀려왔다. 좀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드라이어를 좀 더 오래 틀어줄 걸 같은 아쉬움과 들다가 한 번 떨어뜨린 것이나 사람용 연고를 괜히 발랐나 하는 자책감이 교차했다. 나로 인해 지연된 죽음이 어린 새에게 고통이었을까 아니면 희망이었을까? 새는 텃밭 옆 양지바른 땅에 묻혔다. 돌을 얹고 마른 뽕나무를 잘라 십자가를 세웠다. 그 뒤로 돌나물 꽃이 환하게 피어있다. 어린 새는 지금쯤 하늘나라를 날고 있을까.


뱀발) 오후에 사진 찍으러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새 한 마리가 어린 새 무덤 위쪽에 우두커니 서 있다. 장작 뒤에서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끼고는 천천히 날아갔다. 어미 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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