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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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풀에서 시작해 풀로 끝난다. 그렇다고 몇 시간씩은 아니고 짬짬이 틈날 때마다 뽑고 있다. 이른 아침엔 텃밭 한 고랑을 매고 오후엔 잔디 사이로 돋은 풀을 골라내는 식이다. 사실, 텃밭과 집을 다 합친다 해도 그리 넓진 않지만 뽑아야 할 풀은 무한정 있다. 가냘파 보여도 뿌리 뽑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텃밭의 풀이야 작물의 성장을 방해한다지만 마당의 풀은 뽑을 명분도 약하다. 그저 막연히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여름풀이 무성하게 올라오면 예초기를 돌리겠지만 봄에는 그마저도 애매하다. 그냥 두자니 너무 게을러 보이고 손과 호미로 캐자니 네버 엔딩 스토리다.


고민 끝에 나온 게 바로 주차장이다. 어차피 마당에 차를 세우는데 풀을 짓밟느니 아예 주차장을 만들면 그만큼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잔디로 덮자니 차의 무게를 못 견딜 테고 콘크리트로 바르자니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결국 선택한 것이 자갈이다. 비 올 때 신발이 흙투성이 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사람이 타고 내릴 공간까지 계산해 차보다 약간 넓게 위치를 잡고 10~15cm 정도 깊이의 흙을 파냈다. 테두리를 따라 큰 돌을 경계석으로 박고 그 안의 공간을 밭에서 캔 자갈로 채울 심산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많은 양의 자갈을 일시에 캐기도 쉽지 않은데다 흙색의 자갈은 예뻐 보이지 않을 거라고 아내가 조언했다.


마침 집으로 넘어오는 산 중턱에 채석장이 있어 흰 자갈을 구하기로 했다. 거금 2만 원을 투자해 동네 어르신 1톤 트럭으로 한 차 가득 사 왔다. 덤프트럭이 아니어서 삽으로 퍼내리는 것도 일이었지만 자갈을 쏟아부으니 깔끔해서 좋다. 놀고 있는 빨간 벽돌이 있어 진행 방향 표시도 넣었다.


줄 띄워 흙 파내고 경계석 하나하나 망치로 반듯이 박아 넣느라 거의 1주일 이상 땡볕에서 보냈다. 집 앞을 오가며 일하는 걸 지켜보시던 할머니 한 분이 자갈을 다 깔아놓자 마당으로 들어오셨다. 빙 둘러보시더니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웃으면서 한마디 건네신다. "워뗘? 이제 맘에 들어?"

  • 을지로

    2016-06-02 11:29
    어찌 지내나 했더니, 작품을 완성했군. 마당에 전용 주차구역도 만들고 잔디밭도 꾸미고... 그야말로 전원주택!
  • 내일

    2016-06-03 23:14
    작품씩이나. 걍 편의시설. ㅎ
  • 잠원동

    2016-06-04 00:56
    에헤.... 이제 마당 풀 뽑아야쥐? 걔네들 죽었다 ㅋ
  • 제비

    2016-06-04 15:22
    멋지네요~ 하지만 자갈 위로 풀이 올라옵니다. 맨 땅 보다는 덜 하겠지만요.... 저희는 견디다 못해 텃밭을 제외하고 자갈을 깔았는데 자갈 위로도 미친듯이 올라오네요 ㅠㅠ 나무 호미를 가진 콩쥐를 생각하며 그래도 나는 쇠 호미가 있다는 것에 위안 삼으며 매일 풀들과 대화하며 삽니다 ㅎㅎ
  • 내일

    2016-06-04 23:46
    자갈 위로 풀이 올라올 경우 1~2년 정도 매주면 잡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풀들과 대화'는 경험자만 알지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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