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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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오는 유일한 길이 막혔다. 적어도 사흘간은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 하루 세 번 들어오는 버스도 동구 밖에서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발이 묶인 것은 아니고 자동차 출입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도로 옆으로 난 매실밭을 가로질러 다닐 수 있으니 완전 고립은 아니다. 차 한 대 겨우 지날 정도로 좁았던, 마을 들어오는 다리를 넓히는 공사 탓이다. 진입로 또한 낮아 비라도 내리면 물이 고이기 일쑤였는데 흙과 자갈을 깔아 높이고 넓혔다. 아스팔트 아닌 콘크리트 포장이라 굳을 때까지는 어쩔 수 없다.


기초 공사는 이미 끝났고 도로포장만 남았는데 다들 고추 심는 시즌이라 미뤄진 디데이가 오늘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침부터 비가 내렸으나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도시에서는 잠시만 막혀도 경적이 난무할 텐데 여기에선 며칠간 도로를 폐쇄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 바쁜 삶은 더 바쁘게 뛰어다녀야 불안하지 않을 테지만 느린 삶은 더 느려져도 불안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산으로 둘러싸여 고요한 마을인데 도로까지 끊기니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하다. 산 그림자만이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 고니

    2016-05-13 08:03
    사진의 장면은 왠지 군대에서 비올 때 보급로 작업하던 모습같네..ㅎㅎ 느린 삶은 더 느려져도 불안하지 않다...명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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