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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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사 와서는 마당을 잔디로 덮을 생각이었다. 그까이꺼 뭐 잔디씨를 쫙 뿌리면 골프장마냥 푸른 잔디밭이 펼쳐지겠지 싶었다. 그러나 그게 경기도 오산 어디쯤이었음을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당에 일상적으로 차를 세워두고 손님이 방문하면 2~3대까지 주차하기 때문에 규모부터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고 죽어도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좀비 같은 풀과의 사투에서 이길 자신도 없었다. 그렇다고 잔디가 쉽사리 퍼지는 것도 아니고 물량 공세로 돈을 들여 떼를 입히고 싶지도 않았다.


우선 첫해에 이천 원어치의 떼 몇 조각을 사서 데크 앞에 띄엄띄엄 깔아두었다. 조금이라도 면적을 줄이고자 넓은 돌을 깔아 자연과의 조화도 꾀했다. 지난해에 떼 몇 조각을 더 붙여주었으나 뻗는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다. 사진에 보이는 한 줌의 잔디밭은 메마르면 물 주고 풀 올라오면 일일이 손으로 뽑아낸 노력의 결과물이다. 잔디씨를 구입해 뿌린 적도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싹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초보의 어설픈 솜씨 탓일게다. 두 해에 걸친 노력을 통해 교두보를 확보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 본격적인 전면전이다. 어찌 아셨는지 연초에 양수리님의 지원이 있었다. 추위에 잘 견딘다며 외국에서 들여왔다는 잔디씨를 잔뜩 건네주셨다. 데크를 중심으로 봄풀이 만개한 마당을 갈아엎고 바다 건너온 용병들을 무차별 투하했다. 이젠 영하로 내려가지도 않고 오후부터 봄비가 예보된 터라 지금이 적기다. 혹시라도 밟으면 전사할까 우려해 엄호 차원에서 줄도 띄웠다. 오갈 때마다 뛰어넘는 것이 번거롭지만 마당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점프가 대수겠는가. 과연 잔디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토토

    2016-04-18 19:15
    마당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ㅎ. 정말 기대 됩니다
  • 내일

    2016-04-19 08:33
    요즘 '아재 개그'가 대세라대요. ㅎㅎ
  • 양수리

    2016-04-22 16:58
    마당이 이쁘네요. 저만큼 관리하기도 정말 쉽지 않을 껍니다. 안해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ㅎㅎ, 내일 자두나무 살균제 뿌리려고 합니다. 오래 전에 사둔 살균제(잔디 녹병치료용으로 쓴 적 있음)가 2012년까지 약효를 보장한다고 써있는데, 잘 막아두었으니 어느정도 약효가 있을 듯하여 그거라도 뿌려보려구요. 우리동네 이장님 말로는 꽃지고 열매달리면 살균제 한번 뿌리고 그 후에 2번 정도 더 뿌리라고 하더라구요. 분무기도 있으니 잠깐 출장 살포 해드릴 수 있어요. 더덕씨가 싹이나서 처치곤란하게 깔렸는데 이것도 필요하시면 떠다드릴께요.
  • 내일

    2016-04-26 00:01
    조언해주신대로 차광막 덮었는데 날씨가 좋더니 오늘 드디어 발아했네요. 슬쩍 들여다보니 솜털 같은 싹들이 쫙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건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이네요. ㅎㅎ
  • 양수리

    2016-04-27 11:08
    토종잔디보다 좀 길게 자라는 단점은 있는데 짧게 자르니 빳빳해서 좋네요. 파종을 적기에 했고 날씨도 도와주고 있으니 잘 클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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