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좋아하는 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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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째 나무를 자르고 있다. 중간에 다른 일 때문에 거르기도 했고 오후에만 하는 터라 진도가 더디다. 엔진톱 날이 무뎌져 줄로 가느라 시간을 뺏기더니 급기야 휘발유마저 바닥났다. 차는 아내가 몰고 나갔기 때문에 발이 묶여 읍내에 나갈 수도 없다. 어차피 오늘 끝내기 어렵겠다 싶어 과감히 접고 다른 일거리를 찾았다. 봄 시즌 개막과 함께 할 일이 오백마흔다섯 가지쯤 널려있으니 아무거나 골라잡으면 된다.


그렇게 해서 예정에 없던 '버섯막'을 짓게 됐다. 이렇게 전문용어를 구사하니 짐짓 농부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나 역시 오늘 처음 들은 단어다. 동네 어르신이 지나가다 물으시기에 표고목 세우는 중이라고 했더니 "버섯막 짓는구만" 하신다. 아하, 이걸 버섯막이라고 하는구나. 이 글을 쓰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막' 다섯 번째에 "겨우 비바람을 막을 정도로 임시로 지은 집"이라는 뜻이 있다. 대충 비슷하다.


지난해 이맘때쯤 참나무를 구해 표고버섯 종균을 주입하고 눕혀놓았다. 1년 지났으니 이제 표고목을 일으켜 세울 시기다. 버섯 특성상 음지에서 자라야 하기 때문에 볕을 가릴 수 있도록 지주목으로 틀을 짜고 차광막을 덮어 만든 게 바로 이 버섯막이다. 한창 마무리하는데 이번엔 할머니 두 분이 지나가며 농을 거신다. "거 대충 덮어놓지, 일 좋아하는 양반 또 일하네." 나보다 열 배는 더 일하는 분들로부터 일한다고 한 소리 듣다니.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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