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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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동네 할머니를 만났다. '상추 갈았냐' 물으시기에 '벌써요'라고 되물었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꼬깃꼬깃 접힌 뭔가를 내밀며 '일찍 갈면 일찍 먹지'하신다. 집에 와 펴보니 신문지 사이로 상추씨가 가득하다. 어제는 나무 자르던 일을 잠시 미루고 우선 돌담 위 작은 텃밭만 괭이로 갈았다. 봄볕에 올라온 파 무더기를 뒤 텃밭에서 조금 캐와 옮겨 심었다. 그 옆으로는 할머니의 상추씨를 한 움큼 줄지어 뿌렸다. 파종했으니 물을 주어야 하는데 밤에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수도 있어 잠시 망설였다. 텃밭백과 책을 찾아보고 인터넷도 검색해보았으나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물이 있어야 싹이 트겠지 싶어 텃밭에 시원하게 물을 뿌렸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눈이 내렸고 텃밭은 꽁꽁 얼었다. 이런,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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