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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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골에선 대부분 LPG를 쓴다. 우리도 그렇다.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도, 욕실에 있는 가스온수기도 모두 LPG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겨울밤, 샤워 도중 가스가 끊겨 얼음장처럼 찬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부엌도 마찬가지다. 한창 요리 중인데 가스가 가버리면 난감하다. 도시가스가 들어오는 곳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른 집들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고자 가스통을 몇 개씩 두고 있었다. 하나를 사용하다 가스가 떨어지면 다른 하나로 돌리고 빈 통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가스통과 분배기를 구입해 두 개를 연결하고선 찬물 샤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활골까지 배달되는 유일한 것이 LPG다. 텔레비전에는 우리가 '배달의 민족'이라며 철가방 들고 달리는 광고가 쏟아져 나오지만 여긴 아니다. 그 흔한 치킨이나 짜장면도 배달되지 않는다. 산 넘어 들어오면서 애초에 그런 기대는 내려놓았기에 딱히 불만은 없다. 그저 LPG가 배달되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차로 10분 거리인 면사무소 근처 농협에서 온다. 간혹 그 앞을 지나가다 보면 늘 가스통을 가득 실은 트럭이 서 있다. 일하는 분이 한 명인지 늘 같은 아저씨가 온다. 그런데 이분, 상당히 무뚝뚝하시다. 딱히 경쟁 업체랄 것도 없고 독점 공급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배달' 자체가 서비스니까.


우리는 가스가 떨어지면 바로 주문하는 편이다. 장작을 쌓아두는 것과 가스통을 채워두는 심리는 비슷한 듯하다. 어느 날인가 아저씨가 가스통을 교체하고 가는 길에 "한 통은 배달 안 와요"한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달랑 가스 한 통 가져오는 게 못마땅한 듯했다. 이후론 부엌과 욕실의 가스가 같이 비기를 기다리거나 동네에 배달 오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엊그제가 바로 그런 날이다. 앞집에 가스차가 서길래 후다닥 달려나가 우리 집에도 한통 달라고 했다. 가스통을 나르던 아저씨는 특유의 그 무뚝뚝함으로 아무런 대꾸가 없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 판다고 마당에서 한 번 더 소리쳤다. 우.리.도.가.스.한.통.주.세.요!


잠시 후, 아저씨는 트럭을 몰고 오기 귀찮았던지 가스통만 어깨에 멘 채 나타났다. 마치 람보가 바주카포 멘 듯 다가오기에 주방 뒤 가스통 놓인 곳으로 안내했다. 빈 통을 들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과묵한 입을 뗀다. "가스가 두 바가지 남았습니다." 엥, 몇 달 전에 분명히 가스가 안 나와서 새 통으로 바꿨다 했더니 추워서 그랬나 보다며 밸브를 몇 번 잠갔다 열면 된다고 알려준다. 헛걸음하게 한 게 미안해 겸연쩍어하는데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가스통을 들쳐 메고 휘적거리며 돌아갔다. 아아, 무뚝뚝한 그는 달인이었던 것이다. 가스통 한번 들어보면 남은 양을 알아맞히는.


  • 양수리

    2016-03-10 17:47
    한쪽 가스통 수명이 이번달 까지네요. 가스식 엔진톱은 도대체 어디서 봤는지 못찼겠던디? 저도 엔진톱 싼걸로 하나 장만했어요. 시골 갈때마다 집 주변의 나무들을 유심히 살피게 됩디다 ㅎㅎ, 이번주에는 대문 안쪽 옆집 뽕나무를 넘겨보려 합니다. 뽕나무도 표고목으로 쓴다고 하더라구요.
  • 내일

    2016-03-11 08:06
    정작 가스 배달하는 분은 충전기한을 별로 신경 안 쓰시더라구요. 엔진톱 대열에 합류하셨군요. 축하합니다. ㅎㅎ 가스식 엔진톱은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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