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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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둘러싼 네 개의 벽면 가운데 세 곳에 장작이 있다. 햇볕을 받는 시간대와 접근성을 고려해 쌓다 보니 나뉘게 되었다. 일종의 분산투자다. 창문이 많아 벽을 꽉 채울 순 없고 비를 가려줄 처마선도 고려해야 한다. 장작이 늘어나면서 가져온 시기나 자른 때에 따라 순차적으로 쌓고 있다. 마치 포도주처럼 숙성 기간도 각기 다르다. 최장 1년에서부터 가깝게는 4개월째 건조 중이다. 세 곳의 장작 보관소 가운데 텃밭을 향해 나 있는 벽이 주 저장고다. 우리 집 장작시장의 한국은행쯤 되겠다. 유일하게 창문이 없는 곳이라 높게 쌓을 수 있어 가장 많은 양을 저장한다. 여기를 가득 채우면 한 해 겨울의 2/3는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지난해 장작을 쌓은 후 불과 며칠 만에 모두 쏟아져버린 대참사가 일어난 곳도 바로 여기다. 이후에도 옆으로 무너져내려 다시 쌓기를 몇 차례 반복한 아픔이 있다. 이번 겨울을 지나며 이곳의 장작이 모두 소진되었다. 텅 빈 바닥을 고르고 다시 장작을 쌓을 시기다. 지난해처럼 대충 쌓을까 잠시 망설이다 올해에는 제대로 된 나뭇광을 만들기로 했다. 처마가 충분히 길지 못해 비 올 때마다 비닐을 덮는 것도 번거로웠다. 양쪽으로 기둥을 세워 장작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티게 하고, 위에는 투명한 지붕을 씌워 햇볕은 받아들이되 비를 막아주면 좋을 듯했다. 머릿속에 도면이 있으니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읍내에 나가 필요한 재료들을 사 왔다. 나뭇광이 들어설 위치를 실측하고 버팀대와 받침대 역할을 할 방부목을 잘랐다. 견고하게 세우기 위해 양쪽 구덩이를 파고 지주를 넣은 후 콘크리트를 쏟아부었다. 다행히 영상이라 기온도 좋았다. 다음 주에 다시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어 미룰 수도 없다. 어제 부어놓은 콘크리트가 마르길 기다려 오후에 작업을 재개했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내렸다. 동네 어르신께 사다리를 빌려와 서둘러 작업을 마무리했다. 장작을 비 맞히지 않기 위해 내가 비 맞고 공사한 셈이다. 이리하여 우리 집에도 나뭇광이 들어섰다. 이렇게 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뱀발) 총비용을 계산해보니 45300원(투바이포 방부목 3개 21300원, 몰탈 1포 4500원, 썬라이트 3장 19500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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