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윷놀이

"… 한 분도 빠짐없이 삼거리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이른 아침, 마을 방송이 몇 차례 나왔으나 앞부분을 놓쳤다. 난로 피우느라 앞뒤 문을 꽁꽁 닫아놓았더니 바깥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탓이다. 슬쩍 나가서 마을 삼거리 쪽을 보니 아무도 없다. 오늘이 아니라 다른 날인 듯도 하고 고추묘나 퇴비 신청인가 싶어 말았다. 점심에 나갈 일이 있어 서둘러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 길부자 할머니시다. 삼거리에서 윷놀이한다고 나오라신다. 아차, 아침 방송이 이거였구나.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분들이 모여 윷을 놀았다. 올해는 보름이 월요일이라 주말에 날을 잡은 듯했다. 마을 삼거리에 자리를 깔고 한쪽에는 장작으로 불을 지폈다. 또 다른 쪽에는 안줏거리로 찌개 끓이고 고기 구우며 판을 벌였다. 스무 명 남짓의 마을 분들이 거의 다 나왔다. 윷판을 중심으로 둘러 모여 활골배 윷놀이 시합이 시작되었다. 남녀 대항 단체전이다. 박진감 넘치는 진행을 위해 판돈도 천 원씩 걸었다. 경기력 향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매 시합 엎치락뒤치락 드라마가 펼쳐졌다. 강호에 숨어 있던 고수들이 등장해 감춰진 윷 실력을 풀어 놓았다. 판이 끝나면 잠시 휴전. 더 달리기 위해 "휘발유 넣는" 시간이다. 할아버지들은 술잔을 부딪치며 전의를 불태우고 할머니들은 떡과 과일로 작전 회의를 한다. 구수한 사투리 섞인 농담이 오가고 즐거운 장난이 곁들여진다. 삼거리 허공을 가로지르는 윷을 따라 마을에 웃음이 가득하다. 이렇게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구나. 어르신들 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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