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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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감나무가 사라졌다. 지난봄 헐린 뒷집과 우리 집 사이에서 도로를 향해 솟아있던 나무다. 그다지 크진 않지만 홍시 따먹는 재미가 '애'였다면, 해마다 쏟아져 내리는 낙엽을 쓰는 게 '증'이었다. 감나무 잎사귀는 크기도 하고 많기도 한데다 비어있던 집이라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이가 없어 빗자루질은 내 몫이었다. 지저분하게 떠도는 낙엽이 보기 싫어서였다. 뒷집이 헐리던 날 감나무도 베어낼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사라질 홍시에 대한 서운함보다 낙엽과의 전쟁이 끝났다는 기쁨이 살짝 더 컸던 듯하다.


언젠가 군에 신청했다고만 들었는데 어제 아침 전격적으로 나무 베기가 시작되었다. 숙련된 작업자들이 와서 전깃줄을 피해 가지를 하나씩 잘라내더니 금세 밑동까지 토막 내놓고는 사라졌다. 주인으로부터 마음껏 가져가라는 허락을 받고는 깨진 감 사이에서 상태가 양호한 땡감을 추려내 딱 100개만 가져왔다. 깨끗이 씻어 가을볕에 말리고 껍질을 깎아 처마 아래 매달아두었다. 겨울이 오면 맛있는 곶감으로 마지막 작별을 할 것이다. 잘린 나무는 어느 집 아궁이를 데워줄 것이니 말 그대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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