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 :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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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볕 좋은 날 아내와 나들이를 갔다.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대는데 먼저 온 이들이 뛰기 시작했다. 경치 좋은 곳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그저 그러라면 그러라지 하고 말았다. 여기서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길어봐야 한나절일 텐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가방을 메고 아내와 이야기하며 느릿느릿 걸어가 보니 사람들이 꽤 많았다. 한 자리씩 나눠 앉으면 충분할 법도 한데 괜찮아 보이는 자리 여러 곳을 선점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괜히 거들먹거리다 그냥 돌아가는 건가 싶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근사한 피크닉 테이블은 아니더라도 잠시 앉을 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라도 돗자리 깔고 간단히 요기만 하면 좋겠는데 발 디딜 자리조차 안 보였다. 차라리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쪽으로 가보자며 숲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참 들어가니 바다도 보이지 않고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나 잠시 쉬기에는 괜찮을 듯했다.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가 반가우면서도 뒤에 오는 누군가는 이마저도 없는 것 아닌가 싶어 신경이 쓰였다. 가방을 내려놓고 쉬면서도 잊지는 않았다. 해가 저물면 우리는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누구도 이 자리의 영원한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 강동

    2020-08-07 17:05
    그림 같은 사진.. 소설 같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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