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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을 잃었다. 그렇다고 전에 대단히 의욕 넘쳤던 것도 아니었으나 한동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기전력까지 모두 빠져나간 느낌이랄까. 연달아 비 오는 날이 늘면서 장마가 아니라 우기처럼 느껴졌다. 그저 조용히 잠시 일을 하고 길게 쉬고 고즈넉한 일상 속에 가만히 있었다. 더 미룰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비가 그치면 밀린 숙제하듯 하나씩 천천히 마무리 지었다. 포도에 봉지를 씌우는 일이 그랬고 마당의 풀을 깎는 일도 그랬다. 폭우에 휘몰아쳐 흐르던 물줄기가 잦아들자 몇 해 동안 새카만 더께가 엉겨 붙은 장화를 개울로 들고 가 박박 문질러 씻어냈다. 별 생각 없이 한 일이었는데 차가운 물줄기에 기분마저 시원해졌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물에 마음도 씻는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 k

    2020-08-10 23:11
    비가..... 너무... 옵니다.... 별 일 없죠?
  • 내일

    2020-08-11 06:33
    비는 많이 왔지만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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