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테니스

tennis.jpg


귀촌 후 아쉬운 것을 하나만 꼽으면 '운동'이다.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지만 그것으론 성에 안 찰 때가 있다. 가끔은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격렬한 운동을 하고 싶은데 시골에선 요원한 일이다. 건강검진 문진표에서도 땀이 몸에 밸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몇 회 하는지 묻는 걸 보면 필요한 활동일 것이다. 그럴 땐 달리기를 하지만 2% 부족한 느낌이다. 불규칙하고 창의적인 몸놀림이 아니라 규칙적이고 단조롭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라켓볼이다. 미국에서 대학원 다니던 시절 학교 체육관에 라켓볼 코트가 여러 면 있었다. 거기서 처음 배웠으나 졸업할 무렵엔 누구에게든 져 본 기억이 없다. 돌이켜보면 바쁜 시간을 쪼개 친구들과 라켓볼 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때 가운데 하나다. 라켓볼 코트는 실내에 있어 밤 10시면 문을 닫았으나 근처 고등학교에 24시간 개방하는 실외 테니스 코트가 있었다. 시험이라도 끝난 날이면 조금이라도 더 놀고 싶은 마음에 자정 넘어서까지 테니스를 쳤다. 꿩 대신 닭이었던 셈이다.


활골에는 꿩도 많고 닭도 많으나 공을 치긴 어렵다. 라켓볼은 바라지도 않지만 테니스도 그러하다. 읍내만 나가도 테니스 코트는 적지 않으나 함께 칠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동호회 찾아 가입하면서까지 모르는 이들과 어울려 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몇 달 전에 우연히 아름다운 가게에서 고무줄 달린 테니스공을 발견했다. 6개에 단돈 5000원. 이거면 아쉬운대로 혼자 쳐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겨울에 사두고 잊고 있었는데 봄이 되면서 몸을 풀 여건이 되었다. 13년 만에 꺼낸 라켓은 그립이 삭아 다 뜯어내고 새로 사서 감았다. 공을 어디에 매달지가 문제였는데 아내가 고추장 빈 통을 하사했다. 깨끗이 씻어 말린 후 자갈을 채웠더니 제법 묵직해 공을 버틸 정도는 됐다. 어차피 활골에 들어오는 차도 없어 마을 삼거리에 자갈통을 세워두고 나홀로 테니스를 즐기고 있다. 재밌어 보였는지 아내가 슬며시 라켓을 쥐기도 한다. 라켓으로 강타한 공이 되돌아오는 방향과 고무줄의 장력이 예측 불허라 쓸만하다. 닭 대신 메추라기치고 나쁘지 않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