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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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예년 같으면 밭을 갈아엎고 감자 놓아야 할 때인데 하지 않았다. 7년 차 텃밭이 안식년에 들어가서다. 갑자기 결정한 것은 아니고 오래전부터 7년마다 한 번씩 밭을 쉬기로 계획해두었다. 해마다 풍성하게 수확했으니 땅도 영양분을 보충하고 기운을 북돋으려면 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자생해서 올라오는 식물은 그대로 거둘 예정이다. 대충 헤아려봐도 냉이, 부추, 달래, 곰취, 더덕, 두릅, 방풍나물, 돌나물 등 적지 않다. 더불어 딸기, 자두, 포도, 대추, 아로니아, 블루베리 같은 열매도 그대로 수확할 생각이다.


밭이 쉬는 것이지 내가 쉬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전과 비교하면 한결 수월하겠지만, 풀을 베거나 화단 가꾸는 일은 그대로다. 대신 올해는 표고목을 준비해야 할 때다. 표고버섯 수확이야 내년부터겠지만 종균 접종은 지금 해야 한다. 5년 동안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준 표고목이 수명을 다해가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어린 표고버섯이 살짝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으나 그 수가 현저히 줄어 예년만 못하다. 아마도 끝물인 듯하다. 내년 화목을 준비하면서 표고목 용으로 보관해둔 참나무 여섯 개를 꺼내고 버섯 드릴 비트도 빌려두었다.


어제는 읍내 종묘사에 들러 표고버섯 원목 접종용 종균을 사 왔다. 592개들이 한 판에 5000원. 5년 전보다 500원 오른 가격이다. 한 판 이하로는 판매하지 않아 반만 쓰고 나머지는 필요한 분께 드리기로 했다. 5년 전에도 300개 정도 심었는데 둘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적당한 선을 지키고 욕심을 잠재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드릴로 구멍을 뚫고 종균을 넣고 있는데 이웃 할머니께서 마실 오셨다. 남은 종균을 보시더니 더 촘촘히 심으라시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손사래 쳤다. 할머니도 웃고 나도 웃었다. 얼굴에 꽃이 피었다. 봄이다.


  • 고니

    2020-03-28 08:12
    여기도 봄이 왔으면...
  • 내일

    2020-03-31 22:11
    힘내! 건강 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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