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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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농가주택을 개조한 터라 독특한 면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기계량기 위치다. 보통은 검침을 위해 집 밖에 있는데 우리는 집 안에 있다. 원래는 외부 공간이었던 툇마루 옆 벽에 있었다. 방에 들어가기 전 신발을 벗고 걸터앉는 툇마루에 벽을 두르면서 보통의 마루처럼 실내 통로가 되어버렸다. 전기계량기 위치는 그대로인데 실내가 된 셈이다. 문제는 매달 검침원이 집 안에 들어와 계량기를 확인하는 게 번거롭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용량을 종이에 적어 우체통에 넣어두고 있다. 물론 검침원과 우리와의 비공식적인 약속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것도 의외로 번거롭다. 매달 검침일을 기억해 계량기를 확인해야 하고 집을 비우기라도 할 땐 미리 적어두어야 하는 일 자체가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우체통으로 물이 스며들어 종이가 다 젖기도 하고.


그러다 희소식을 들었다. 며칠 전 방문한 검침원이 전기계량기에 모뎀을 설치하면 자동으로 검침이 되는데 한전에 알아보라고 넌지시 귀띔해주었다. 매번 번거롭게 확인하는 우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매번 불편하게 방문하는 본인을 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한전에 전화해 물어보니 전기계량기도 신형으로 바꾸어야 하는 데다 모뎀은 물량이 부족해 오래 기다릴 수 있다며 신청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집 안에 계량기가 있어 불편한 상황을 설명했더니 일단 접수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제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한전 직원이 와서 계량기도 교체하고 모뎀도 달아주었다. 뭔가 최신식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안테나가 달린 전기계량기라니. 그 결과 매달 신경 써야 하는 일에서 해방되었다. 세상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 한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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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비

    2020-03-01 20:55
    우와~~ 멋집니다. 잘 지내시죠?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서 안부 묻습니다^^
  • 내일

    2020-03-03 05:32
    한 주 동안 집에만 있다가 잠시 밖에 나와 조용히 잘 지내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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