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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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린 잘 지낸다. 이런 말조차 조심스러운 시절이기도 하고, 쏟아져나오는 코로나 소식에 한 자락 걸치고 싶지 않았으나 여기저기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셔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사실 활골은 평소에도 사람 보기 어려운 곳이라 염려할 일은 없다. 아마 대부분의 시골이 비슷할 듯하고 읍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금산군 보건소 앞에 선별진료소가 등장한 것만 빼면. 다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마스크 품절 사태로 언론이 도배되다시피 할 때, 몇 해 전 폭염이 그랬던 것처럼, 이젠 바이러스도 불평등 재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력에 따라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 빈도가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대비나 방어가 달라질 수 있으니. 물론 에어컨과 달리 마스크는 누구라도 살 수 있을 정도의 값이라 구매 능력에 대한 차이는 작지만 제한적인 자원에 대한 접근성 면에서는 여전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도시가 마스크 전쟁을 치를 때 시골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숨은 이유가 하나 있다. 시골에 국한한 것은 아니지만 소위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부가 미세먼지 마스크 보급사업을 꾸준히 진행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제품을 1인당 50개씩 보급하는 것으로, 올해만 해도 이 사업에 984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지난해 엄청나게 많은 마스크가 보급되었으나 다들 무관심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박스채 쌓여있었다. 건너 건너 우리 집에까지 올 정도였으니. 평소 농약 뿌리면서도 마스크 안 쓰는 어르신들이 계신데 그깟 미세먼지쯤이야 하신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예산 낭비라고 이 사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오래전 일도 아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 천덕꾸러기 신세의 마스크가 하루아침에 신분 상승했으니 세상사 참 모를 일이다. 보건복지부의 '빅 픽쳐'였을까?


#2
지난 주중에 회사 선배가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라는 글을 메신저로 보내왔다. 싱가포르 교회에서 21명이 무더기 감염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입학·졸업식도 취소하는 마당에 종교집회도 쉬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요지였다. 선배는 교회 다니는 내 의견이 궁금한 듯했다. 길게 쓰기 번거로워 미국 교회는 눈만 많이 와도 문 닫는다고 답했다. 사실이다. '바이블 벨트'의 한 축인 텍사스에서도 일요일에 눈이 많이 내리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취소한다. 우리도 미국 교회 다닐 때는 일요일 아침에 눈이 오면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 아래 속보창에 문 닫는 교회 이름이 나열되곤 했으니. 물론 평일에 눈이 내리면 회사나 기관 또는 교육구와 학교가 문을 닫았으니 사회와 교회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살짝 놀라는 선배에게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다고.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런 대화를 나눈 지 불과 하루 만에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이슈로 떠올랐다. 비단 신천지가 아니더라도 다수가 모이는 종교 모임에 대한 여러 우려가 제기되었고 지역과 상황에 따라 문 닫는 교회가 늘어났다. 누구도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으나 교회 외부의 상황으로 인해 교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진짜 도전은 교회 밖이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것 같다.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신천지를 제외하더라도, 중국을 겨냥해 하나님의 심판 운운하거나 총리 이름을 희화화해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사들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들 스스로 자신의 저열한 인식과 수준을 드러내게 했으니 그나마 코로나19가 가진 순기능이라고 해야 할까? 사회가 너무 염려돼 무엇이라도 꼭 해야겠다면 누군가를 저주하는 대신 손을 열심히 씻으라고 권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입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 KimHyunKwan

    2020-03-17 03:56
    사람 목숨보다 주가지수가 더 중요한 트럼프가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투명하고 철저한 방역은 이런저런 이유로 요원해 보인다. 여하튼, 내가 사는 곳도 심각하다니, 이제야 내 마음이 조금은 덜 미안하면서 오히려 편안해진다. 다들 무사하고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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