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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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전 일이다. 책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정기예금 만기가 한참 지난 걸 알게 됐다. 이율이 급락해 9개월쯤 새마을금고에 무상 대여하고 있던 셈이다. 아내가 차를 몰고 일하러 간 터라 발이 묶였으나 하루라도 빨리 찾고 싶은 마음에 마을 어르신께 여쭤봤다. 결국 읍내로 가는 트럭을 얻어타고 나가 예금을 갱신했고 생각지도 못한 이자까지 생겼다. 시간이 좀 남아 기다리는 동안 그 돈으로 차나 손보자 싶었다. 얼마 전부터 약간의 잡음이 들려 신경 쓰였던 탓이다.


아내가 읍내에 세워둔 차를 몰고 카센터로 갔다. 거기서 우연히 운전석 문이 긁혀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원래 주차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아내가 차를 세워둔 2시부터 내가 차를 몰고 나온 4시 사이 누군가 긁은 게 틀림없었다. 혹시라도 범인의 차가 있을까 싶어 살펴보는데 지켜보던 분이 골목 위에 있는 CCTV를 알려주셨다. 거기에 적힌 번호로 전화했더니 금산군에서 운영하는 CCTV 관제센터다. 개인에게는 보여줄 수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란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해 사진을 찍어 갔다.


그날 저녁 담당 조사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3시 15분경 내 차를 긁은 차량의 번호를 확인했으나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결국 주말이 지나 지난주 초에야 연락이 왔다. 경찰이 전화를 걸어와 당사자를 바꿔주었는데 나이 드신 어르신 목소리였다. 미안하다며 한사코 우리 집을 찾아오겠다는 걸 만류했다. 보험으로 처리해도 되겠는지 물어서 좋다고 동의했고 우여곡절 끝에 보험사에서 수리 비용과 대차 비용을 받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업체에 맡겼고 친절하게도 집까지 와서 차를 몰고 갔다.


그전에도 읍내에서 다른 차에 받힌 적도 있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있어 보험사에서 받은 돈에 조금 더 보태 다른 곳까지 수리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아내의 휴가 기간과 겹쳐 딱히 차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굳이 렌트를 해봐야 집에 세워만 둘 듯해 사흘을 차 없이 지냈다. 이틀째 되는 날에는 아내와 함께 면에 있는 농협 마트까지 한 시간 가량 걸어가 과자와 바나나우유를 사 먹고 다시 한 시간을 걸어오기도 했다. 수리가 끝낸 차를 받고 보니 대충 깨끗해진 듯하다. 몇 번의 우연이 겹쳐 말끔한 차로 돌아왔다.


  • 觀雲

    2020-02-08 05:57
    활골에서 하금리까지 거리가 4km가 넘죠. 초등학생에게는 먼 거리죠. 활골 산넘어에 있는 관운리는 하금리까지 조금 더 멀죠. 그 길을 6년 동안 걸어서 학교를 다녔죠.
  • 내일

    2020-02-08 21:10
    잘 아시는군요. 4.6km 정도 되더라구요. 얼마 전에 남이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 <사진으로 보는 남이면 마을 이야기>라는 책을 발간했는데 "관운이마을은 예전에 관운사(官雲寺)라는 절이 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면서 "마치 천상의 신선이 놀던 곳 같다 하여 간운리(看雲里)라고도 하며, 풍수지리로는 운중반월의 혈처가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간운리(間雲里)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소개했더군요.
  • 觀雲

    2020-02-09 19:13
    간운리는 관운리를 발음하기 어려우니 나온 지명이죠. 간운리도 발음하기 어려우니 가느리로 불리운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래 관운리에 명확하게 관운리로 돌로 세겨 놓았더군요. 아래 관운리도 관운리가 아니라 사실 버티라고 불렀죠.
  • k

    2020-02-18 21:37
    찾아 오는 일들은 우연이지만.... 그 끝은....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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