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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에서 저녁 먹을까?" 아내가 물었다. 대전에서 가장 이름난 빵집으로 다양한 식당까지 거느리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성탄절 이브를 핑계로 성심당으로 향했다. 아내는 해물 필라프를 주문했고 나는 오므라이스를 시켜 치킨 샐러드와 함께 먹었다. 식사 후 캐럴이 흐르는 거리를 잠시 걷다 백만 년 만에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내는 유효기간이 나흘 남은 기프티콘을 내밀었다. 번화가에 있는 스타벅스는 매우 세련된 모습으로 으리으리했고 여유가 넘쳤다. 붐비지 않은 듯했으나 주문받던 직원이 15~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미안해했다. 평소 같으면 바로 돌아 나왔을 텐데 기프티콘 유효기간은 임박했고 우리는 딱히 할 일이 없었으며 매장 안은 따뜻했다. 기다리는 동안 넓은 매장 한쪽에 화장실 표지가 눈에 띄었다. 문을 열고 건물 복도로 나서니 다시 육중한 화장실 문이 막아선다. "스타벅스 고객 외 사용금지"


차갑게 인쇄된 글씨를 읽는 순간, 난데없이 푸른 눈의 의사 인요한(존 린튼)씨의 말이 떠올랐다. 며칠 전 한 방송에 나온 그는 다른 가족들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한때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홀로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이유는 "미국에 가보니 개인주의 문화가 맞지 않더라. '네것 내것' 하는 데 정말 힘들더라. 쩨쩨해"였다. 스타벅스가 미국 브랜드여서만은 아니겠으나 시내 한복판에서 영업하면서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정말 쩨쩨해 보였다. 아마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어려움도 있을 테고 이런 지적이 억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타벅스 '파트너'의 다정한 미소나 화이트 초콜릿 모카의 향기가 경고문 앞에서 차갑게 식은 것은 사실이다. 비록 빗장을 걸고 선을 그은 이들에게도 성탄의 기쁨은 똑같이 전달될 것이다. 화장실 문 앞에서 쩨쩨하지 않은 크리스마스를 떠올렸다.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 고니

    2019-12-31 00:34
    ㅎㅎ 미국에도 스타벅스 내부에 있는 화장실에 비밀번호 잠금 자물쇠를 해 놓은 곳이 정말 많아... 홈리스 피플 때문에 그렇기는 한데... 그래서 홈리스가 물어보면 번호를 친절히 알려주기도 하고 ㅋㅋㅋ 따뜻함이 차가움과 함께 공존하는 세상? ㅋ
  • 내일

    2019-12-31 11:17
    피상적으로 보면 따뜻함과 차가움인데 본질적으로는 개인과 집단의 차이랄까. 집단에는 양식도 없고 양심도 없으니 회사 차원에서는 비정하거나 쩨쩨한 룰도 서슴없이 만드는 것이고 그걸 실행하는 개인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 번호를 알려주는 것처럼 타인을 배려하기도 하고. 라인홀드 니부어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말했던 것처럼 개인의 도덕성보다 집단의 도덕성은 훨씬 낮은데 자본주의는 그걸 보고 손뼉 치며 계산대의 돈이나 세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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