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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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양이 사료 주문 버튼을 누른 순간 든 생각이었다. 그것도 무려 20kg짜리를. 시작은 멸치였다. 몇 해 전 처음 찾아온 길냥이에 줄게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냉동실 멸치를 조금씩 꺼내주다 보니 금세 바닥이 났다. 그다음은 디포리였고 쥐포였다. 아내에게 걸린 뒤론 안 되겠다 싶어 사료를 알아봤다. 비교적 작은 용량인 800g에 3000원짜리가 다이소에 있었다. 고양이 밥그릇에 사료를 처음 붓던 날, '그러다 고양이 고아원 된다'던 친구의 경고는 예언이었을까. 추운 겨울만 지나면 밥그릇 치울 거라는 다짐은 지켜졌지만 며칠을 못 넘기고 다시 등장하기 일쑤였다. 무지개다리 건넌 표범이가 남긴 아이들이라 더 마음이 쓰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요일마다 교회 다녀오는 길에 읍내 다이소에 들러 사료를 사는 게 주례행사였다. 한 번씩 깜빡하기라도 할라치면 냥이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지난 주말에는 밖에 나갔다 들어와 보니 데크 계단 위에 새털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사냥의 결과물이다. 이렇듯 제 앞가림 잘하는 녀석들인 것 같은데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밥 달라고 들른다. 이제 추운 겨울인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대용량으로 사다 놓고 안정적으로 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런 사료는 얼마나 하나 싶어 구경삼아 검색한 듯한데 어느새 마우스가 결제 버튼을 클릭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고급 사료도 아닌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나도 챙겨 먹지 않는 오메가 지방산이 들어있단다. 친구 말을 들을 건데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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