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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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리가 내렸다. 가을에 종말을 알리는 전령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손가락 두 개 굵기의 애호박 네 개를 땄고 팔뚝만 한 수세미 예닐곱 개를 거뒀다. 펼쳐놓았던 오이망을 치우고 말라버린 줄기를 뽑았다. 장대 위 새집도 청소해줄까 싶어 살짝 열어봤더니 둥지 속에 알이 다섯 개나 있다. 지난여름, 고양이가 새집 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때 기겁한 어미 새가 두고 떠난 게 아닐까 싶다. 어찌할 바를 몰라 좀 더 놔두기로 했다. 자연은 미안해하거나 야속해 하지 않는다. 현실은 냉정하고 나는 쓸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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