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집

겨울 맞을 채비 하느라 며칠 전부터 텃밭 주위를 정리하고 있다. 내 키를 훌쩍 넘어버린 두릅나무는 과감하게 가지치기하고 주위의 무성한 풀들을 뽑거나 베는 식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은 복분자 가지와 으름덩굴은 뒷집에서 넘어온 것들이다. 꽤 오래 비어있던 터라 그쪽은 이미 정글과 같이 되었다. 대충 경계선까지 정리하며 덩굴들을 걷어내다 깜짝 놀랐다. 농구공만 한 말벌집이 떡 버티고 있어서다. 6년 넘게 살았으니 익숙해질 법도 한데 어디선가 늘 처음 보는 새로운 것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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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달려가 마을 어르신께 자문을 구했더니 이장에게 전화하라신다. 전화 받은 이장님은 대수롭지 않은 듯 119에 신고해주겠단다. 시골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위험한 일은 소방서에서 출동해 처리하는 거다. 다음 날 아침 두 명의 소방대원이 소방차를 타고 방문했다. 복장을 갖춰 입고 말벌집을 향해 살충제를 뿌려대더니 삽으로 무지막지하게 내리쳐 박살 내버린다. 대접한 두유를 한 잔 마시고는 짧은 조언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말벌이 해마다 같은 곳에 집을 다시 짓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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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수리

    2019-10-24 16:34
    말벌집은 '노봉방'이라고 약재상에서 비싸게 산답니다. 정력에 좋다던가요. 애벌레가 든채로 잘 거두면 되는데 무서워서 건드릴 수가 있어야죠. 전 올해 말벌에 몇방 쏘여서 그런지 요즘 기운이 남아돕니다 .
  • 내일

    2019-10-24 19:11
    '조금-기운이-없더라도-말벌에-쏘이지-말자는-주의'라서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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