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뻥튀기

올해는 옥수수가 신통찮았다. 지난여름 태풍이 북상하면서 몰고 온 비바람에 텃밭 옥수수들이 모두 넘어가 버린 탓이다. 그 결과 수확량도 많지 않고 알도 잘다. 예년처럼 처마에 매달아 여름내 말린 옥수수를 털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올해는 옥수수차 대신 뻥튀기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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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읍내에 나가 물어물어 금산시장 큰 다리 옆 뻥튀기 집을 찾아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오래됐음직한 풍경이다.



할머니가 뭐할 거냐고 물으시더니 깡통에 옥수수를 부으라신다. 무려 '유공'의 엔진오일통이다. 이 정도면 SK 역사관에서 모셔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할머니는 쿨하게 기계 안으로 옥수수를 쏟아부으신다. 아마도 기계 입구 크기에 적합한 깡통 크기였던 듯하다. 긴 직사각형 형태의 깡통은 나름 다 이유가 있던 거였다.



뻥튀기 기계 아래 버너에 불을 붙이고 손잡이에 연결된 모터 스위치를 켜자 자동으로 돌아간다. 이제부터는 기계 혼자 열일이다.



잠시 주변을 정리하던 할머니는 의자를 끌어다 기계 아래 발을 척 걸치고는 앉아계신다. 마치 뻥튀기 낚는 강태공의 모습이랄까.



딱히 할 일이 없어 안을 둘러보니 몇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물건 천지다. 심지어 고무 대야 하나에도 엄청난 시간의 때가 묻어있다.



색이 선명한 소쿠리와 바가지가 비교적 최신 물건인 듯하다. 그 앞을 가로막은 나무 틀 철망은 진품명품에 출품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할머니는 시간이 되었다는 듯 바퀴 달린 망 틀을 당기시더니 아무 말 없이 뻥튀기를 시전하신다. '뻥이요' 한 마디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세상 시크하시다.



난리 벼락 소리가 진동하더니 하얀 연기가 자욱하다. 동시에 고소한 냄새가 퍼지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드디어 철망의 문이 열린다. 저 안에 있는 강냉이를 어떻게 꺼내나 했는데 빗자루 사정없이 쓸어 쓰레받기에 담는다.



옥수수 알이 작아서 그런지 기대했던 목화솜 모양의 뽀얀 강냉이는 어디 가고 마치 박살 난 팝콘 같은 모양새다. 맛도 모양도 기대에 못 미쳤으나 구경은 잘했다.



한 줄 요약 > 2.3kg의 말린 옥수수를 5000원 내고 15분 만에 뻥튀기로 돌려받았다.


  • 누이

    2019-11-17 00:06
    어릴때 참 자주 봤던 장면컷! 추억이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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