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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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여러 일정이 겹쳤다. 아버지 생신에, 남이면 체육대회 날이자, 교회 음악회가 있었다. 아버지 생신 축하 가족 모임은 며칠 앞당겨 한글날에 했다. 당일 오전에 마을 어르신들 모시고 체육대회 갔다가 점심 무렵 교회로 향했다. 모두 연례행사다 보니 빠지기 미안한 마음에 무리했는데 내년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행사 뒷정리가 남아 일요일에도 평소보다 더 늦게 교회에 있었더니 마을 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드님이 와서 감을 따는데 좀 남겨놓을 테니 따가라는 말씀이다. 감나무 한 그루 없는 우릴 위한 배려다.


집에 돌아오니 몸은 무거웠으나 감 딸 생각에 새 힘이 솟았다. 아내와 함께 한 푸대나 땄다. 장대 끝을 넘어서는 감은 욕심부리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까치밥이 푸짐하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사진을 찍었다며 보여준다. 살짝 깨진 감이나 홍시는 바구니에 다소곳하고 단단한 감은 푸대에 가득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엇 하나 우리 것이 없다. 감은 물론이고 리어커와 사다리, 장대까지도 여기저기서 빌렸다. 심지어 푸대와 걸망도 받은 것들이다. 집에 돌아오니 누군가 데크 위에 호두 한 봉지를 놓고 가셨다. 호두나무 한 그루 없는 우릴 위한 배려다.


곶감 매달 자리를 위해 처마 아래 걸어놓은 옥수수를 모두 내렸다. 여름내 햇볕에 말라 알알이 단단하다. 엄지손가락이 얼얼하도록 털은 후 물에 씻어 다시 햇볕에 널었다. 해마다 불에 덖어 옥수수차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읍내에 나가 튀겨오기로 했다. 겨우내 심심찮은 먹거리가 될 것이다. 저녁엔 일 년 만에 다시 감 공장을 열고 아내와 함께 깎아 널었다. 내일은 고구마순을 따고 남아있던 고구마를 마저 캐기로 했다. 곶감이 곱게 마르면 고구마도 구워 친구들과 나눠 먹을 것이다. 깎아 널어놓은 곶감 한 접 없고 군고구마 난로 없는 이들을 위한 배려다.


  • 누이

    2019-11-17 00:10
    부창부수 사진 잘 찍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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