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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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 저 안에 태풍 몇 개 / 저 안에 천둥 몇 개 / 저 안에 벼락 몇 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다. 언젠가 광화문 교보문고 앞 글판에서 처음 보았던 듯하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대추나무를 심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실행에 옮긴 것은 2016년이다. 식목일을 앞둔 어느 장날 읍내 묘목상에서 8000원 주고 사과대추라는 묘목을 샀다. 같이 사서 심은 블루베리는 첫해부터 열리기 시작했으나 대추는 소식이 없었다. 뒷집 담벼락에 가까이 심은 터라 볕이 안 들어 그런가 싶어 다음 해에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심었다. 그러나 그해에도 다음 해에도 대추는 한 알도 열리지 않았다. 거름을 넉넉히 뿌려도 소용이 없었고 교회 집사님께 들은대로 막걸리까지 사다 부어봤으나 헛수고였다.


활골 들어오는 길에 흐드러지게 달린 대추를 볼 때마다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대기만성형 대추인가보다 하고 마음을 비웠더니 올해 드디어 열렸다. 3년차에 거둔 첫 결실이라 더 반갑다. 시인의 말대로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거름 한 줌과 막걸리 몇 모금이 들었고 몇 해 동안의 노심초사와 전전긍긍도 몇 개 정도는 담겼을 것이다.


  • 누이

    2019-10-09 22:25
    오호~ 축하축하!! 아까워 어찌 먹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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