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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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참 전 어디선가 신간 소개를 봤거나 북 리뷰를 읽었던 듯하다. 어떤 책인지 정도는 알고 샀다는 의미다. 한동안 책장에서 잠자던 책을 뒤늦게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읽고 나면 돈이 아깝게 느껴지는 책도 적지 않지만 이 책은 올해 산 책 가운데 가장 책값이 아깝지 않다.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상 저술 교양 부문을 수상했다는데 나에겐 올해의 책이다.


표지에 '노동에세이'라고 쓰여있으나 흔히 말하는 르포에 가깝다. 저자가 식용 동물 농장 열 곳에 취업해 생활하며 생생하게 경험한 기록이다. 식용 동물이라 함은 닭, 돼지, 개를 말하는데 종류별로 한 곳이 아니다. 닭고기의 경우 산란계 농장, 부화장, 육계 농장으로 분화된 각기 다른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내가 사는 지역도 나온다. 정확한 위치를 적시하진 않았으나 산란계 농장의 경우 충남 금산이라고 써놓았다.


존경할 만한 책이다. 좀 더 정확히는 존경할 만한 저자다. 한승태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 같은 일반인이 동물 농장의 민낯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시골 산다고 다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생생정보통이나 6시내고향에 같은 카메라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대한민국 육식 시스템을 말이다. 그는 웬만한 기자보다 더 훌륭하고 알려진 작가들에 비해 글솜씨가 뒤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힘들긴 매한가지다. 그는 계속해서 고민하고 갈등하며 비동물적인 상황과 거리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때론 성공하고 또 때론 실패하지만 부끄러워하면서도 감추거나 숨기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가감 없이 지나칠 만큼 적나라하게 서술한다. 그럼에도 우울한 비관으로 흐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 특유의 유머 감각이 뒤를 받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때때로 유쾌하지만 유쾌한 책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김규항의 어법을 빌리면 "모든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 그는 매우 불편한 작업을 하는 작가이고 그의 책을 읽기 위해선 약간의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적나라한 디테일이 힘겨운 곳에서는 살짝 뛰어넘어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 읽고 나니 뒷날개에 <인간의 조건>이라는 저자의 다른 책이 소개되어 있다. 바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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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지음, 시대의창, 464쪽,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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