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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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면 뭐가 좋아요?" 도시 사람과 대화하다 종종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내가 귀촌한 걸 알게 되면 대개는 이 질문이 뒤따른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급자족이라고 답하곤 한다. 처음부터 그랬다. 물론 태반이 사서 쓰는 것이지만, 우리 손으로 직접 해결하거나 그러려고 노력하는 삶이라는 의미다. 어떤 것을 고쳐 쓰거나 만들고 재배도 한다. 사소하게는 박살 난 휴지통 뚜껑이거나 찬장이고 좀 더 크게는 먹거리다. 일상적으로 씨를 뿌리고 채소를 기른다.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배추와 무를 심어 김치를 담그는 삶이다.


땀 흘려 번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자급자족이다. 그것이 로또 당첨이거나 가만히 두어도 다달이 들어오는 불로소득 따위가 아니라면. 그러나 손으로 만들고 기르는 좀 더 직접적인 방식의 자급자족은 전혀 다른 차원의 기쁨이 있다. 편한 방식은 아니다. 더 힘이 들고 때론 땀깨나 쏟게 되는 고단함도 있지만 그 역시 즐거움에 도달하는 건강한 과정이자 보다 품위 있는 삶이다. '스스로'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면 시골에서의 삶은 그 즐거움을 찾아가는 보물섬에 가깝다. 결국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가치관대로 산다.


아침에 아로니아를 수확했다. 5시 반쯤부터 땄는데 선선해 반팔만 입은 게 실수였다. 팔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뭐에 쏘였는지도 몰랐는데 쐐기벌레란다. 급하게 연고를 바르고 긴팔을 입었다. 이번엔 한 말의 땀이 비 오듯 한다. 그렇게 수확한 아로니아가 10kg이다. 시장의 가치와 관계없이 한알 한알이 소중하다. 저녁을 먹고 아로니아를 깨끗이 씻어 설탕에 재웠다. 1년 후에는 향긋한 효소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소위 명품백이라는 한 줌의 가방도 자랑하는 시대인데 아로니아 정도면 자랑할 만하지 않나 싶다. 신이 빚은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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