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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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영국 연수 때, 마지막 한 주는 옥스퍼드대에 있었다. 옥스퍼드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재단에서 구해준 호텔이 시내 한복판에 있어 어디든 걸어 다니기 좋았다. 강의가 끝나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관광객이 붐비는 거리에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즐비했는데 그 가운데 옥스팜(Oxfam)이 있었다. 매우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은 작고 평범한 중고상점이라고만 생각했다. 알고 보니 지금은 국제 구호기구가 된 옥스팜의 첫 상점이 바로 거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치하에서 고생하는 그리스인들을 돕기 위해 옥스퍼드 주민들이 만들었단다.


매장에 처음 들어갈 때만 해도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저 전시된 공정무역 제품이나 기부받은 물건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여느 중고상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에덴 프로젝트 로고가 붙은 물건들이 한쪽 매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국 콘월 지방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온실인 에덴 프로젝트는 그 자체가 환경단체이자 브랜드였다. 기금 마련을 위해 다소 독특한 디자인의 물건을 만들어 파는데 그 중 새 모이통이 가장 눈에 띄었다. 돔 형태의 도자기 재질로 어디든 매달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새가 날아올 것 같았다. 14.99파운드, 우리 돈으로 2만2000원쯤이니 저렴하진 않았다.


작은 새를 위한 모이통이라 마음에 쏙 들었으나 선뜻 사진 못했다. 간혹 디자인만 뛰어나고 없어도 되는 물건을 '예쁜 쓰레기'라 부르곤 했는데 그렇게 될까 조심스러웠다. 지금도 겨울철엔 접시에 새 모이를 올려두는데 굳이 이게 필요할까 싶어서였다. 위탁 수화물로 부칠 경우 깨질까 염려도 됐고 박스의 부피가 커서 단출한 짐에 부담스럽기도 했다. 몇 번을 고심한 끝에 결국 마지막 날 사서 꾸역꾸역 가방에 밀어 넣어 가져왔다. 고이 모셔두었다가 오늘에서야 데크 처마 아래 매달았다. 지난해 수확한 해바라기 씨까지 한 줌 넣어두니 잘했다 싶다. 이제 새들에게 소문낼 일만 남았다.


  • 제비

    2019-07-27 11:55
    '예쁜 쓰레기'는 항상 가슴을 뛰게 하니 그것이 문제예요..ㅠㅠ 하지만 새 모이통은 '예쁜 보물'이네요^^ 우리동네 새들에게도 소문내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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