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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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빗소릴 들으며 태연히 자는 게 아니었다. 어젯밤 뉴스에서 태풍 북상 소식을 들었을 때 뭔가 대비를 세워야 했다. 무늬만 텃밭 농사꾼인지라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집 앞뒤로 심은 옥수수들이 모두 넘어가 버렸다. 올해는 옥수수를 꽤 먹겠다는 기대감이 컸는데 하루아침에 망연자실한 심정이다. 우리 텃밭이야 우리 먹으려고 심은 거라 큰 손실은 아니지만 규모가 작다고 아쉬움마저 작은 것은 아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쓰러진 옥수숫대를 일으켜 세우고 양옆에 말목을 박아 고추 끈으로 묶었다. 한번 넘어간 옥수숫대는 전과 같을 수 없다. 다시 잘 자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으론 다 뽑아버리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그저 다시 일어서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씩 세우며 내 마음도 같이 일으켜 세웠다. 급하게 반팔 옷을 입은 채 나왔더니 머리부터 비에 젖고 양팔과 목에는 풀독이 올랐다. 살다 보면 더한 날도 있는데 이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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