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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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24년 전이다. 1995년 봄에 제대하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가을 무렵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60리터짜리 배낭을 메고 다녀도 힘든 줄 몰랐고 모든 것이 마냥 흥미로웠다. 당시만 해도 쓸만한 여행 가이드북이 별로 없었다. 시일이 지나 오래되거나 부정확한 내용이 많았고 일본 가이드북 번역서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이라 주로 PC통신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최근에 해당 지역을 다녀온 이가 올려놓은 따끈따끈한 정보는 쓸모가 많았다. 국가나 도시별로 분류해 A4용지에 출력한 후 들고 다녔다.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서구권 친구들의 가이드북은 꽤 정확해 부러웠다. 그게 바로 론리 플래닛이었다. 배낭여행자라면 다들 가지고 다닌다 해서 '백패커의 바이블'이라 불리기도 했다. 두꺼워 무거운 게 흠이지만 깨알 같은 글씨에 방대한 정보를 담아 매우 유용했다.


이번에 런던으로 연수 가면서도 론리 플래닛을 샀다. 스코틀랜드를 염두에 둔 터라 런던편 대신 영국편을 골랐다. 과거처럼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것은 같지만 더 화려해지고 볼거리도 많이 늘었다. 최근 5월에 출간된 책으로 13판이다. 그런데 정작 런던에 가서는 앞부분만 조금 읽다 말았다. 흥미가 줄고 마음도 내키지 않아 스코틀랜드도 가지 않았다. 그저 가이드북 없이 이층버스 타고 돌아다니다 발걸음 닿는 곳에 내려 휘 둘러보다 돌아오곤 했다. 귀국하면서 숙소에 놓고 오려다 런더너들이 사는 아파트라 필요하겠나 싶기도 하고 3만 원 넘게 주고 산 돈이 아까워 다시 가져왔다. 책장에 꽂아두자니 자리만 차지해 혹시라도 필요한 분 있으면 드리려고 한다. 근래에 영국 방문 계획이라면 금상첨화겠고 책으로 둘러보고 싶은 분도 괜찮다. 물론 영어다. 가까운 분은 가져가시고 먼 분은 착불 택배로 보내드리겠다. 선착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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