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런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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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동안 영국 톰슨로이터재단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활골의 잔잔한 일상과는 전혀 다른 결의 날들이었다. 사실 멀리 가는 것도 번거롭고 꽤 긴 기간이라 내키지 않았는데 회사 선배 권유로 참가하게 됐다. 로이터통신 본사가 있는 카나리 와프는 런던 금융의 중심지라 여의도와 비슷한 곳이었다. 아침이면 주빌리 라인의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 모습이 광화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수 중간에 파리와 옥스퍼드를 다녀오는 등 외부 일정도 많아 지루하진 않았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흥미로웠다.


주택가에 위치한 아파트를 숙소로 구한 덕분에 관광차 방문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런던을 볼 수 있었다. 주중에는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는 강제 런더너였다가 주말에는 마켓을 순회하는 관광객으로 변신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러나 한 달 반이라는 기간 탓에 이민자도 아니고 여행자도 아닌 매우 독특한 처지일 수밖에 없었다. 낯선 환경은 사람을 쉽게 위축시키지만 편안히 강의 듣고 토론하는 게 전부라 불만을 갖기도 어려웠다. 딱히 불편할 것도 힘든 것도 없는 무중력 상태 같은 느낌이 유쾌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어디라도 쏘다녀야 할 땐 걷거나 이층버스를 타고 거리 구경하는 게 큰 즐거움이었다. 뜻하지 않게 주어진 40여 일간의 런던살이는 그간의 일상과 관계를 돌아보게 했다. 평소에도 모르지 않았으나 내가 선택한 활골이 얼마나 평온하고 행복한 삶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른 아침 안개 낀 인천공항에 내리기 전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진악산을 넘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은 어제 나갔다 하루 만에 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무도 풀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반가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무성한 풀부터 깎으러 나가야 한다. 다시 일상이다.


  • 양수리

    2019-07-04 09:17
    무사귀환을 축하합니다.
  • 내일

    2019-07-05 07:21
    감사합니다. 무사귀환이라니 전쟁에라도 다녀온 듯한데요. ㅎ
  • 觀雲

    2019-07-04 16:15
    너무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활골을 떠난줄 알았네요.
  • 내일

    2019-07-05 07:23
    그럴 리가요.ㅎ 이래저래 다니다 보니 시간 내기 쉽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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