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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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민들레 천지다. 눈 깜작할 새 번졌다. 애지중지 가꾸는 상추는 겨우 손톱만 한 데 심지도 가꾸지도 않은 민들레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노란 꽃은 보암직하지만 문제는 씨다. 꽃이 진 후 솜털 같은 털과 함께 씨가 날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민들레 농장을 할 게 아니라면 고민이 필요하다. 이미 마당에 있는 빨래 건조대 주위를 민들레가 점령한 터라 발 딛기조차 쉽지 않다. 심지어 주차장 자갈 사이로도 노란 꽃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더 늦기 전에 손을 쓰기로 하고 주차장 위에 쭈그리고 앉아 민들레를 캔다. 뿌리가 길고 단단하지만 부러지기 십상이라 발본색원은 쉽지 않다. 민들레 뿌리를 찾다 문득 목사가 되려는 이들은 농사를 지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작을 하다 보면 '씨뿌리는 자의 비유'나 '100배, 60배, 30배의 결실' 정도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민들레만 봐도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말의 의미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바로 그런 이유로 수도사들이 직접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웠던 것일까. 몸으로 노동의 의미를 깨달으며 자연에 숨은 하나님의 섭리를 배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오늘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만 하나님은 오늘 있다가 내일 뿌리째 뽑히는 들풀도 이렇게 입히고 계신 광경을 목도한다. 지금도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기로 했다. 오늘 뽑은 민들레는 오늘로 족하다.


  • 제비

    2019-04-24 11:56
    민들레 뿐만 아니라 다른 잡초류도 꽃을 피우니 그 꽃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지요 ㅎㅎ 그래도 사진은 엄청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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