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골에서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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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통나무를 잘랐다. 한 트럭의 참나무를 들여온 후 사흘째다. 3톤의 나무를 45센티미터에 맞춰 엔진톱으로 자르고 17센티미터가 넘지 않도록 도끼로 쪼개려면 한 말의 땀이 필요하다. 화목 난로에 넣기 위해서다. 자른 나무와 쪼갠 나무를 구분해 잘 쌓아두고 해가 산모퉁이를 돌기 전 자리를 정리했다. 나머지는 다음 주 몫이다. 작업하느라 지저분해진 물확을 비우고 깨끗한 지하수를 다시 받았다. 고양이들을 위해서다. 사소한 일들이 일상이 되었다. 오늘로 활골에 온 지 5년 지났다.


뱀발) 일하면서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빈 산'은 우리 마을 이야기 같다.


빈 산
- 정태춘


산모퉁이 그 너머 능선 위
해는 처연하게 잠기어만 가고
대륙풍 떠도는 먼 갯벌 하늘 위
붉은 노을 자락 타오르기만 하고
억새 춤 추는 저 마을 뒤 빈 산
작은 새 두어 마리 집으로 가고
늙은 오동 나무 그 아래 외딴 집
수숫대 울타리 갈 바람에 떨고


황토 먼지 날리는 신작로
저녁 버스 천천히 떠나고
플라타나스 꼭대기 햇살이 남아
길 아래 개여울 물소리만 듣고
먼 바다 물결 건너 산 은사시
날 저문 산길 설마 누가 올까
해는 산 너머 아주 져버리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저기 저 빈 산에 또 하루가 가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 누이

    2019-03-02 21:08
    시간빠르군.. 어느덧 5년? 케잌이라도 썰어야겠네 ㅎ
  • 내일

    2019-03-04 06:47
    올해는 그냥 넘겼어.ㅎ
  • 양수리

    2019-03-03 19:12
    이쁘게도 쌓으셨네요. 변재가 노란 것들은 산벚나무 아닌가 싶네요.
  • 내일

    2019-03-04 06:49
    맞습니다. 산에 가서 주워온 것들이죠. 목질도 그렇고 결도 참나무와는 다르네요.
  • jebi

    2019-03-03 22:38
    우리는 3년....되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우연(?)이네요...방금 전 정태춘의 빈산을 들었는데, '우리가 아직 서울 살고 있었으면 저 노래가 겉돌았을텐데 이제는 우리들 이야기다' 남편과 그랬답니다. 특히 '날 저문 산길 설마 누가 올까 해는 산 너머 아주 져버리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저기 저 빈 산에 또 하루가 가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요 부분....
  • 내일

    2019-03-04 06:51
    축하드립니다! '빈 산'은 산골파의 공통된 정서인 걸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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