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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가족 여행에서 한 빌딩에 올랐을 때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아내가 무심결에 바닥이 흔들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했더니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말았다. 비밀은 함께 갔던 형수에 의해 풀렸다. 철분이 부족하면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 귀가 살짝 먹먹했던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아내는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에 빈혈 의심 소견이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당장 뭘 하지는 않아도 되지만 주의하라는 조언을 의사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철이 들어야 한다'는 내 말에 '쇠젓가락도 씹어 봤는데 효과 없었다'는 형수의 농담이 더해져 함께 웃었다.


집에 돌아온 후 철분제를 사려고 했다. 그러나 아내는 부작용인 변비를 걱정해 좀 있어 보라며 미뤘다. 그러던 며칠 후 아내와 함께 대전에 나갔다가 독특한 물건을 발견했다. 으레 방문하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상자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땐 뭔지 몰랐다. 온통 일본어로 쓰여있어 '쇠가지 2개'(鉄茄子 2本組)라는 뜻만 알아볼 수 있었다. 상자를 열어 쇠로 만든 가지를 보니 대충 느낌이 왔다. 단돈 2500원. 속는 셈 치고 사봤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400년 역사의 일본 이와츄 철기에서 만든 제품이다. 물 끓일 때 함께 끓이면 철분이 녹아 나와 철분 섭취에 효과적인 물건이다.


농담이 아니다. 쇳덩어리를 물이나 음식에 넣고 요리해 철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쇠 가지는 처음 봤지만 이런 류의 제품은 알고 있었다. 철분 부족으로 빈혈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위한 '행운의 쇠 물고기'(Lucky Iron Fish) 프로젝트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다. 몇년 전 캐나다 대학원생이 만들어 캄보디아에 보급했는데 큰 성공을 거두면서 꽤 알려졌다.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지금은 사회적 기업을 세워 하나를 사면 하나를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가격은 미화 $25. 이 쇠 물고기를 넣어 요리하면 성인 하루 철분 권장량의 75%에 해당하는 철분을 섭취할 수 있단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비싼 철분제 대신 값싸고 간편한 쇳덩어리로 건강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요리에 쇠를 넣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지만 우리 조상들이 무쇠솥에 밥을 짓고 물을 끓였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알았든 몰랐든 부족한 철분을 그렇게 보충했을 것이다. 이와츄코리아의 설명에 따르면, 옛날부터 절임이나 장아찌에도 색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쇳조각을 사용했고 조개 등을 씻을 때 넣으면 빠르고 깨끗하게 해감을 뺄 수 있단다. 우리는 시골에 살고 있으니 쇠 가지로 철분을 보충해보기로 했다. 괴연 이렇게 해서 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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