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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경험을 했다. 귀촌 5년 차에 처음 본 이장 선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활골은 상금, 관운이, 보내 마을과 함께 상금리에 속한다. 어제 이 4개 마을 주민이 모여 상금리 이장을 선출했다. 그동안은 한 분이 계속 연임했기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 더구나 활골은 다른 마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가구 수도 적어 반장만 있었을 뿐 이장은 줄곧 다른 마을 분이 맡아왔다. 7년 전 할아버지 고향인 활골로 귀농한 이현규씨가 올해 출사표를 던졌고 이장에 당선됐다. 역사상 첫 활골 출신 이장이란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격이다.


선거는 어제 오후 2시 상금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치러졌다. 20분을 걸어 정시에 도착했더니 연세 많은 어르신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이장 연임을 제한하자는 안건이 나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마치 무규칙 이종 격투기처럼 말 그대로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고성이 오가는 갑론을박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흡사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한복판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장 임기는 3년,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고, 이후엔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곧바로 투표로 이어졌다. 그러나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후보가 2명이라는 것도 거기서 처음 들었다. 가구당 1표가 주어진다는 말만 할 뿐 투표인 명부도 없었다. 심지어 투표용지마저도 즉석에서 이면지를 잘라 만들었다. 손으로 적은 후보 이름 가운데 한 명에 동그라미를 치기로 했다. 기표소도, 기표용구도 없었으나 투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투표용지는 소쿠리에 담겼고 즉석에서 개표 결과가 발표되었다. 낙선자가 당선자에게 손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사람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보다 더 빠르고 투명한 선거를 본 일이 없다.


활골은 잔칫날이 되었다. 이장 배출 마을답게 품위를 지키려 노력했으나 기쁜 얼굴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그래 봐야 여남은 명이지만 저녁에 모여 닭튀김으로 자축했다. 불콰해진 분들은 과거 이장 선거 역사와 무용담을 무한 반복했고 신임 이장은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과 함께 빈 잔을 채우느라 바빴다. 어르신들은 모두 대인배였다. 승자독식은 누구의 관심 사항도 아니었다. 표현 방식과 어휘는 달랐으나, 모든 사업에서 다른 마을을 먼저 배려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나는 거인국을 방문한 걸리버의 심정이 되어 집단지성을 조금 더 신뢰하게 되었다.


  • 관운

    2019-01-08 16:10
    관운리(觀雲里)의 지명은 동네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구름위에서 보인다고 하여 유래되었죠. 간운리 또는 가느리는 발음이 어려우니 그리들 부르게 되었죠. 여튼 목소리는 크게 나도 원만하게 진행된 것이 좋네요.
  • 관운

    2019-01-08 16:20
    觀雲 遠遠思故鄕 멀고 먼 고향을 생각하며, 觀雲過靑山 푸른산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네. 雲過數萬番 구름은 수만번 지나가고, 覺是此故鄕 깨닫고 보면 고향 아님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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