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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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에 욕실 세면대 수전을 교체했다. 물이 몇 방울씩 새길래 카트리지만 바꿀까 했으나 받침에 금이 가 있어 전체를 갈아야 했다. 인터넷에서 '세면대 수전'을 검색하니 30만 개쯤 뜬다. 클릭 한 번에 총알 배송되는 세상이지만 고르기는 쉽지 않다. 원하는 제품을 찾아내더라도 모양이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싼 제품은 미덥지 않고 비싼 건 바가지 쓰는 기분이다. 한참 헤매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하나 주문했다. 낡은 수전을 제거하느라 약간 애를 먹긴 했지만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바꾸고 나니 세면대에서 빛이 난다. 그 후론 수전을 매일 닦고 있다. 물방울이 떨어져 마른 자국이 거슬려서다. 물 얼룩은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오래된 수전이었고 신경 쓰이지 않았을 따름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세면대 청소하면서 함께 닦는 것으로 충분했다. 작은 수전 하나도 직접 골라 설치해놓으니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이렇게 하나 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수전도 그렇다.


#2

해야 할 일 목록에서 사라진 것도 있다. 해마다 보내던 크리스마스 카드를 접었다. 결혼 후 처음 몇 년은 아내와 찍은 사진을 넣어 포토 카드를 보냈다. 미국에서는 흔하게 주고받는 형태라 크게 품 들이지 않고도 저렴하게 만들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론 굳이 실물 카드를 만들 이유가 없어 이미지로 제작해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보냈다. 12월이 되면 새로운 컨셉의 크리스마스 카드용 사진을 찍는 게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지난해 발송 명단에서 갑자기 빼는 게 쉽지 않아 명단은 자꾸 늘었다. 해마다 하던 일이었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따름이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일 년에 한 번 안부 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유지하던 가느다란 줄을 이제 모두 거둬들였다. 가장 큰 이유는 귀차니즘일지도 모르겠다. 스무 해 정도 했으면 됐다 싶기도 하고 이렇게 붙잡고 있는 게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여기에 올리는 짧은 인사로 대신한다. 형태는 다르지만 마음은 같다.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 잠원

    2019-01-10 01:44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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