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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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볶았다. 우리 집 가을 연례행사가 되었다. 올해는 마을 어르신께 토종 옥수수 씨를 받아 재배한 탓인지, 아니면 무덥고 가물었던 탓인지, 전반적으로 옥수수 씨알이 잘다. 지난해보다 좀 더 많이 심은 덕에 수확량은 늘어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냄비를 꺼내 두 번 나눠 볶았다. 센 불에 볶으면 타기 때문에 어깨의 힘을 빼고 노 젓듯 천천히 약한 불에 볶아야 한다. 하루에 한 번씩 2시간 20분가량, 이틀에 나눠 5시간은 족히 걸린 듯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읍내 방앗간에 맡길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세상 싼 게 옥수수인데 들인 정성은 각별하다. 발아부터 공을 들여 약 한번 치지 않고 풀 매어가며 길렀다. 그대로 수확해 처마 아래 가을볕에 말린 후 한올 한올 손으로 털고 물에 깨끗이 씻어 직접 볶았으니 문자 그대로 '핸드메이드'다. 다 볶아 나눠 담으니 11병이 나왔다. 한 해 동안 감사했던 분들께 나눠드릴 선물이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고 그 안에 태풍과 천둥과 벼락이 담겼듯 붉은 옥수수에는 우리 정성이 담겼다. 그 안 어딘가 마음 비우고 노 젓는 사공의 마음이 담겨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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