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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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없다'는 말은 드문 예외를 빼면, 에어컨을 살 돈이 없거나 비싼 전기료를 낼 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한겨레21> 류이근 편집장은 '폭염'을 표지기사로 다룬 이번 호에 이렇게 적었다. "사회경제적 자원이 부족한 계층의 피해가 더 컸다"는 의미에서 "폭염은 불평등 재난"이라고 정의했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온열질환으로 숨진 이는 모두 12명"인데 "이 가운데 집에 에어컨을 설치한 사람은 겨우 1명이었다"는 근거까지 제시했다. 격식을 갖춰 매우 정중하게 표현했지만 '가난한 사람이 더 덥다'는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에어컨 보급률은 80%로 추정되기 때문에 430만 가구가 여전히 선풍기와 부채에 의지해 더위를 피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주간지를 더위 피해 찾은 읍내 도서관에서 읽었다. 그렇다. 그 430만 가구 가운데 하나가 우리 집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흉도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필요하지 않아서 혹은 견딜 만해서다. "에어컨을 살 돈이 없거나 비싼 전기료를 낼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그의 말처럼 우리는 '드문 예외'일게다.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의 특성상 열대야가 없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니 낮만 잘 보내면 된다. 하지만 재난 수준이라는 말이 나왔던 올해는 예년과 달리 무척 더운 것도 사실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시원한 도서관으로 잠시 피하거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지하수를 끼얹어 더위를 달래곤 했다. 이 정도 수고로움이야 별일도 아니다. 사실, 시골에서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지내는데 에어컨까지 있으면 과하다는 생각이었다. 다 갖고 살아도 되나 하는.


정작 당사자는 괜찮은데 주위에서 보기엔 그렇지 않은 듯했다. '지낼만하다'는 말에 어머니는 '에어컨 사든가 아니면 사서 보내겠다'고 하셨고, 형은 '그 정도면 중동 사람'이라고 했다. 불현듯 찾아온 분들껜 좀 미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던 터라 놀러 오겠다는 이들은 말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고심 끝에 에어컨을 사기로 했다. 방이 작으니 큰 것도 필요 없는데 한참 기다려야 해서 내년으로 미룰까 한다. 그러다 보니 여름도 다 갔다. 이제 끝이 보인다.


  • 양수리

    2018-08-17 11:11
    안타깝게도 에어컨 없이 사는 동지가 하나 또 줄어들게 생겼네요 ㅎㅎ, 저희도 여태 에어컨 없이 지내왔지만 내년도 올해같거나 더한다면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려울 듯 합니다. 아내에게 집에도 없는 에어컨을 가든말든에 설치하자고 하니 웃지도 않네요.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해볼까 합니다. 국내는 단종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아직 엘지창문형 에어컨을 10만원대에 판매한다고 하니 배송비 감안하더라도 중고보다 훨씬 저렴할 듯해서요. 소음이 많다고도 하고 태양광전력만으로 가동이 될지도 미지수지만 말입니다.
  • 내일

    2018-08-18 07:29
    창문형 에어컨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라 미국에선 여전히 인기지요. 물 건너 가져올 경우 무게 때문에 배송비가 물건값만큼 나올 수 있고 115V용이라서 변압기 설치가 흠이긴 합니다. 저희집도 생각은 해봤는데 이중창을 길게 설치해버린 상태라 공간이 없어서 어려울 듯합니다.
  • 고니

    2018-08-19 14:58
    여름 날이 좋다고 하는 여기 Washington 도 해마다 정말 더워 힘든 날이 하루씩 늘고 있는데.... 이동용 에어컨 어때요? 우리 집은 그거 사용하는데... ㅎㅎ
  • 내일

    2018-08-19 23:56
    거기도 덥구나. 이동용 에어컨은 구조적인 이유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환경에서 선호되는 제품이지. 전에 써본 적도 있고 편리해서 잠시 고려했으나 가성비 따져보고 벽걸이 에어컨으로 기울었다. ㅎ
  • 고니

    2018-08-29 01:36
    해마다 더운 날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근데... 곧바로 가을이 성큼 왔다는 거... 아침 저녁으로 제법 추운 것이....새벽예배 나올 때 입김이 나오는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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