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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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아침, 마당에 빨래 널던 아내가 먼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 집 아래 창고로 사용하는 좁은 공간이 있는데 그 앞에 벌들이 맴돌고 있다고 했다. 열댓 마리의 벌들이 판재 사이 틈으로 들락거리는 게 보였다.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규모였다. 점심 먹은 후 다시 나와보니 약간 더 많아진 벌들이 계속 오가는 게 수상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동네 어르신을 모셔왔는데 한발 늦었다.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벌이 마당을 장악한 터라 집에 들어갈 수도 없다. 집단으로 윙윙거리는 소리가 위압적이기까지 했다.


여왕벌이 분가하면서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른바 분봉(分蜂)이다. 꿀벌 집단의 새 여왕벌이 태어나 기존의 여왕벌이 일벌들을 데리고 새로운 거처를 찾는 일종의 연례행사란다. 우리도 처음은 아니다. 2~3년 전에도 어마어마한 숫자의 벌떼가 갑자기 들이닥쳤다. 그때는 처음 겪는 일이라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로만 알았다. 영화에서 보던 세기말 현상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벌떼로부터 집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양손에 에프킬라를 들고 뿜어댔다. 결국 몇 시간의 사투 끝에 다 쫓아낼 수 있었다.


한 차례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맞서 싸우지 않고 일단 내버려 두었다. 시간이 지나면 안으로 다 들어가면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침 최근에 마을로 들어와 벌 키우는 분이 계셔서 받아 가시라고 연락을 드렸다. 몇 시간 후 그분이 중무장하고 벌통을 들고 나타나면서 벌떼 퇴거 작전이 시작되었다. 나무처럼 열린 장소에 자리 잡았으면 수월했겠지만 좁은 공간이라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벌통에 받긴 했으나 여왕벌까지 잘 담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워 그 자리에 벌통을 하룻밤 놔두기로 했다.


해는 저물어가는데 이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가 없다. 벌떼가 몰려올 때는 경황이 없어 사진도 못 찍었는데 나가는 모습은 담을 수 있었다. 동네 분들도 마실 나와 멀찌감치 서서 한마디씩 거든다. 우리가 받지 그랬냐며 집에 들어온 벌을 받으면 부자 된다는 속설도 들려주셨다. 벌통 놓고 간다니 오늘 밤에 잠자기는 틀렸다며 놀리시길래 그럼 정자에 가서 자겠다고 받았다. 꿀벌이 몰고 온 사소한 소동에 왁자지껄하며 무더위가 물러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산 그림자도 마을로 내려오고 초승달이 실눈 뜨고 고개를 내밀자 하루가 저문다.


  • 을지로

    2018-07-20 10:24
    아주 흥미롭군. 여왕벌이 왔으니 이제는 궁궐이라 명명해야 하지 않을지...
  • 내일

    2018-07-20 22:43
    에어컨 없는 궁궐이라니...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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