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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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장작을 팼다. 주말인 데다 비교적 흐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날을 잡았다. 연초에 통나무를 적당히 자르기만 해서 쌓아둔 채 미뤄두었던 일이다. 언제 해도 상관없겠지만 빨리 쪼갤수록 건조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대부분의 시골 일이 그렇듯 그저 알아서 미리 할 뿐이다. 다만, 공들여 쌓아둔 통나무를 허물어내려 쪼개고 다시 쌓기까지는 한 말의 땀이 필요하다.


나무 쪼개는 방법을 단순화하면 크게 두 가지다. 도끼에 힘을 모아 내리쳐 한 번에 쪼개거나 아니면 천천히 여러 번 내리쳐 서서히 쪼개는 것이다. 어느 것이 다른 것보다 낫거나 못하지 않다. 그저 선택의 문제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런 것처럼. 오늘처럼 종일 도끼를 들어야 한다면 페이스 조절을 위해 서서히 쪼개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장거리 레이스에 유리하다.


한 번에 쪼개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믿는 일이다. 바위라도 쪼개겠다는 확신으로 풀 스윙을 해야 한다. 안 쪼개질지 모른다는 일말의 의심이 자리하는 순간, 나무는 바로 알아챈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한 번에 쪼개지지 않는다. 그런 경우 '그래, 안 쪼개질 줄 알았어' 하며 위안을 삼겠지만, 도끼 쥔 사람이 최선을 다했는지 안 했는지 나무는 안다.


물론 전심으로 믿는다고 해도 한 번에 쪼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게 속이 뒤틀려있거나 결이 까다로운 나무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한 번에 쪼개기 위해서는 한 번에 쪼갤 수 있다고 믿어야 하지만, 한 번에 쪼갤 수 있다고 믿더라도 한 번에 쪼개지지 않기도 한다. 장작 패는 게 뭐 그리 복잡하냐고? 인생도 그렇지 않던가?

  • 고니

    2018-06-10 16:02
    저 장작들이 각각 다르게 생기고, 다른 상처들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처럼 우리네 각 인생도 서로 다르고 서로 다른 상처들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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