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들

cats.jpg


표범이 - 우리 집에 종종 들르는 길냥이 - 가 한 달 전쯤 새끼를 낳았다. 어디에 몇 마리를 낳았는진 모르지만 날짜는 정확히 안다. 지난 4월 6일이다. 일수 찍듯 매일 오던 녀석이 갑자기 결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남산만 하던 배가 사라진 채 돌아와 먹을걸 채근했다. 새끼들 어디 있냐고 한번 보자고 해도 못 들은 척 딴청만 부렸다.


그러던 표범이가 어제 갑자기 이사를 했다. 아내가 부르는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새끼를 입에 물고 옮기는 중이었다. 한 번에 한 마리씩, 주위를 살피며 주도면밀하게. 새 보금자리는 사람이 살지 않는 옆집으로 우리 텃밭과 맞닿아있다. 나도 몰랐던 창고 아래 블록으로 가려진 빈 공간을 용케 찾아냈다. 우리 집 데크에서 한 눈에 보이는 위치다.


표범이가 싫어할까 눈치만 보다 슬쩍 따라가봤다. 경계도 하지 않고 심드렁하니 엎드린 표범이를 쓰다듬으며 동태를 살폈다. 새끼들은 모두 세 마리. 무늬도 제각각이다. 아마도 처음 보는 인간일 나와 함께 있는 표범이를 번갈아가며 응시한다. 잔뜩 주눅 든 모습이다. 태어난 지 이제 겨우 한 달 지났으니 걷는 것도 서툴러 여러모로 짠하다.


태어난 건 축복일 텐데, 길냥이라니 좀 애매하다. 더군다나 마을에 길냥이가 너무 늘었다며 이장님까지 나서 대책을 고심 중인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아직 물정 모르고 귀엽기만 할 때 들어다 어디 입양시켜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자면 표범이와 원수 될 걸 각오해야 할텐데 어떤게 더 새끼를 위한 것인지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마치 활짝 핀 꽃길을 걸으며 가지 하나 꺾어다 방에 걸어두고 꽃잎 다 떨어질 때까지 보고 싶은 마음과 얼른 단념하고 그냥 그대로 두고 돌아서는 마음이랄까. 다만, 동물의 세계는 식물의 세계와 달리 좀 더 복잡하다. 누가 물은 것도 아닌데 괜한 오지랖이 넓었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에 맡기기로 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