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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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실신이다. 무릇 낮잠이라면 이 정도는 자야지, 알려주기라고 하려는 듯 정신없이 잔다. 길냥이의 낮잠이다. 어쩌다 한번 그러는 것이 아니라 매번 그렇다. 자세만 바뀔 뿐이다. 엎드려 잤다가 누워 잤다가, 적당한 그늘을 찾아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면서. 대체 밤에는 뭘 하길래 시도 때도 없이 자는지 궁금할 정도다. 고양이가 봄을 타는 동물이었나?


데크 위에서 겨울을 났던 온유는 하숙을 청산했다. 지금은 비정기적으로 들러 저렇게 널브러져 있거나 뭔가를 얻어먹는 정도다. 약속했던대로 추운 겨울이 지난 후 스티로폼 박스를 치웠다. 녀석을 불러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놀러 오는 건 언제든 환영이지만 여기서의 숙식은 끝났다고. 밥도 알아서 찾아 먹고 잠잘 곳도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다. 어디서 얻어맞고 다니는지 상처가 가실 날 없고 가끔 발도 절어 마음 약해질 때도 있었지만 책임질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엄동설한에 내칠 수 없어 잠시 허락했던 터라 따뜻해지면서 전격적으로 퇴거를 단행했다. 눈칫밥에 단련된 덕분인지 아니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인지 그날 이후로 데크 위 취침이 사라졌다.


다만 종종 놀러 와 먹을 걸 내놓으라고 보채기는 한다. 그러고는 조용히 사라지거나 아니면 낮잠을 잔다. 옆을 왔다 갔다 하거나 소리를 내도 잠깐 눈을 떠서 쳐다보곤 만다. 평소 겁많은 쫄보인데 데크 위에서는 시크한 모습이다. 사소하지만 이 평온함이 나쁘지 않다. 녀석에게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시골에서 길냥이의 마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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