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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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마을 삼거리에 주차장 짓느라 뽑힌 느티나무를 가져왔었다. 한 해 잘 말려 대부분 장작으로 사용하고 굵은 밑동만 남았다. 목질이 쇠만큼이나 단단해 웬만한 공구로는 깎아내기도 쉽지 않다. 겉만 다듬어 마당에서 의자 겸 장작 팰 때 받침으로 사용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딱딱한 껍질부터 벗겨보니 미로와도 같은 길이 나 있다. 하늘소 애벌레들이 지나간 자국이다.


느티나무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집 주 화목인 참나무도 그렇다. 밤이면 난로 옆에 쌓아둔 장작더미에서 나무 갉는 소리가 들려온다. 장작 아래 가루가 쌓여있을 정도다. 참나무 또한 단단한 나무에 속하지만 하늘소 유충의 집념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봄이 오자 데시벨이 달라졌다. 겨우내 '쏠쏠쏠' 하더니 이젠 '빠각'하는 수준이다. 그 소리와도 작별할 시간이다.


  • 양수리

    2018-04-02 16:49
    삶 그 자체가 예술이네요. 제게 보내온 느티나무 밑둥 껍데기에도 예술가가 지나간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더군요. 어딘가 쓸데가 있지 않을까 잘 보관해두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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