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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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내게 좀 특별한 음식이다. 좋아하는 것으로 치면 햄버거가 1순위고 선호하는 메뉴에서도 샌드위치에 밀린다. 하지만 피자는 단순히 맛으로 논할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다. 희로애락을 같이한 동지 같은 음식이랄까. 미국 대학원에 입학해 신입생 환영회라고 갔더니 체육관에 산처럼 쌓여있던 피자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피자가 너무 짜다며 한 조각 먹고 말 때 나는 도미노 피자 한 판을 해치웠다. 학기가 끝날 때면 마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아내와 함께 동네에 있는 피자 뷔페를 찾곤 했다. 단돈 $2.99에 배불리 먹었던 씨씨스는 그 시절 우리에게 성지였다. 졸업 후 일했던 신문사에선 마감에 쫓겨 야근할 때마다 파파존스 피자를 먹었다. 이렇듯 피자에 얽힌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오늘은 피자를 먹으러 전주까지 갔다.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제외하곤 자의로 찾은 첫 방문이 아닐까 싶다. 금산에도 피자가게가 여럿 있고 가까운 대전에는 더 많다. 대부분 한 번쯤 가봤고 먹어본 피자다. 새로운 곳을 찾다 뷔페 체인을 알게 되었는데 가장 가까운 곳이 전주였다. 대단한 맛집이어서가 아니라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라는 게 유일한 이유랄까. 기분 좋은 날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내는 운전하는 내게 충남 금산에서 전북 전주까지 피자 먹으러 가는 사람은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고 했다. 네비에 나온 거리는 68Km. 도를 넘나들어서 그렇지 생각보다 가까웠다. 다만 고속도로가 없어 국도를 달려 1시간 10분쯤 걸렸다. 맛있게 먹었고 한 판을 싸 왔다. 오늘은 MB가 검찰에 소환된 날이다. 맛의 팔할은 추억이다.


  • 비오는 아침

    2018-03-15 09:07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도 추억을 말했지. 참, "맛있는 녀석들"에서 나온 어록이 떠올라서.. "먹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위장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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