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들

미니 비닐하우스 비닐이 터졌다. 재작년 씌운 비닐을 틀째 그대로 보관했다가 다시 썼으니 그럴 만도 하다.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조금씩 삭아 들어갔을 것이다. 강선 위 팽팽한 긴장감이 피곤해 좀 쉬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바람에 너덜거리는 비닐이 볼썽사나워 깡그리 걷어냈다. 비닐이 한층 더 있기 때문에 그럭저럭 추위는 버틸 듯하다. 안에는 약간의 파와 왕성해진 시금치, 그리고 꽃대가 올라온 상추와 유채가 조금씩 남아있다.


연통이 다시 꺾였다. 지난해와 똑같이 꽈배기 풀리듯 맥없이 넘어졌다. 한밤중에 우당탕 소동이 일었다. 지난해 연통을 갈면서 고정하는 방식도 바꾸었어야 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해봤더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넘어간 수직 부분뿐 아니라 아래쪽 수평 부분도 꽤 삭아있다. 어차피 이번 시즌 끝나면 싹 갈아야 해서 성한 부분을 이어 쓰는 것으로 임시변통만 해두었다.


넉가래가 부러졌다. 금요일 새벽에 내린 눈 탓이다. 잠깐 내릴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적지 않은 눈이 쌓였다. 넉가래로 미는데 이전 눈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이 느껴졌다. 평소보다 배나 더 힘들었고 결국 넉가래가 버티질 못했다. 판재에 나사못으로 연결한 각목이 조각나버렸다. 4년쯤 쓴 듯하니 제 몫은 충분히 다했다. 널빤지만 재활용하고 망가진 대빗자루에서 뗀 자루를 달았다. 다음 겨울은 개량형 넉가래가 담당할 예정이다.


활골의 겨울은 이런 사소한 일들로 채워졌다. 해가 서서히 길어지고 겨울이 천천히 물러가고 있다. 데크를 비추는 햇볕이 따사롭다. 길냥이 온유는 스티로폼 박스에 발 하나 척 걸치고 낮잠에 빠져들었다. 봄이 순간마다 가까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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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섯나무

    2018-02-26 02:09
    안녕하세요. 아주 우연히 블로그 발견했어요. 아주 소박하고 아름다워요. 일상이... 저는 아주 멀리 미국에 뉴저지에 살고 있어요. 미국에서 살은 날이 한국에서 살은 날보다 더 많아지려고 하는데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이런 사진의 일상들이 사무치게 그립네요. 전 어렸을때 서울도 시골도 살았지만 시골에서의 버섯나무라던 동물농장 사과농장 감나무 이런것들이 다 기억나요. 특히 버섯을 기르는건 정말 해보고 싶은 일상이예요. 맨하탄에서 공부하고 일했지만 왜 그 시간은 그립지 않을까요. 아이를 여럿 낳아 기르면서 더욱 시골의 일상이 가장 그립고 돌아가고 싶어요. 당장이라고 돌아가서 경험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나의 결정이 아이들의 일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가 싶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아이는 있으신가요? 부부의 일상이 평화롭고 잔잔해 보입니다. 감사하게 사진 봤어요.
  • 내일

    2018-02-26 20:12
    덕담 고맙습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여기는 산골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한 느낌이 들 뿐이지요. 아이는 없고 저희 둘만 사니 좀 더 자유로운 부분도 있겠네요. 언젠가는 꿈꾸는 삶 이루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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