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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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가 납시었다. 이따금 찾아와 놀다 가곤 했는데 이번엔 장기체류다. 두어 달쯤 된 듯하다. 눈이 쌓이고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먹을 것 찾기가 곤란해 우리 집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엔 멸치나 쥐포를 주다가 안 되겠다 싶어 아예 고양이 사료를 사 왔다. 데크에서 떨고 있길래 찬바람이라도 피하라고 놓아두었던 종이상자는 스티로폼 박스로 바뀌었다. 물확에 물이 얼어붙는 바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작은 물그릇을 채워주고 있다.


이쯤 되니 상전이 따로 없다. 아침이 조금 늦는다 싶으면 밥 내놓으라고 불러대고 오후엔 심심하니 놀아달라고 보챈다. 밖에서 일이라도 할라치면 다가와 다리를 비벼대기 일쑤다. 잠시 쓰다듬어주면 품으로 파고드는 게 선수다. 나도 싫지는 않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 평화롭기 그지없다. 다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데다 스치기만 해도 털이 묻어나오는 터라 집안으로는 들이지 않았더니 그 경계를 이해했는지 잘 지키고 있다.


잠시라도 이름은 필요하다 싶어 누런 얼룩이는 온유라 부르고 검은 얼룩이는 표범이라 부르기로 했다. 처음 나타난 것은 표범이었는데 밥만 먹고 노닥거리다가 사라지는 녀석이고 종일 상주하는 것은 온유다. 한 시간 정도 산책 나갈 때면 온유가 늘 따라온다. 그러나 10여 분 지나면 힘겨운지 잠시 울다 우리가 되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표범이와 온유의 신경전이 대단했는데 근래 들어 사이가 급격히 좋아진 상태다.


사실 활골에 처음 왔을 때 개를 키우고 싶었다. 고심 끝에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자고 정리했다.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생명 아닌가. 그 무게 탓에 마음을 돌이켰는데 갑자기 길냥이가 떡하니 들어와 있다. 추위에 내치는 게 야박해 잠시 거두었을 뿐 봄이 오면 박스도 치우고 밥그릇도 치울 생각이다. 우리가 그러든 말든 온유는 개의치 않을 듯하다. 요 며칠 날이 풀린 후론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쿨한 길냥이와 함께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 고니

    2018-02-09 03:40
    온유와 표범이라....두 이름의 의미가 너무 다른데 ㅋㅋㅋ 온유는 그래도 밥그릇이고 표범이거는 그냥 플라스틱 용기인데... 온유가 더 상전이구만...ㅎㅎㅎ
  • 내일

    2018-02-09 08:01
    지난해 처음 불렀던 온유의 이름은 뚱땡이. 새해 교회 표어가 '온유한 사람이 되자'여서 상기할 겸 냥권 보호 차원에서 온유로 개명. 사기 밥그릇은 동네 길냥이가 많아 언제든 먹고 가라고 원래부터 데크에 있던 거. 온유건 표범이건 거기에 먹는데 동시에 밥 달라고 오는 경우 플라스틱 통 추가. 온유는 간헐적 방문하는 표범이와 달리 매 끼니 다 먹는 하숙냥이라 기존 그릇에 우선권. Any other ques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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