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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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버리는 결정적인 사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20년 넘게 감옥에 갇혔던 신영복 선생의 글이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하는데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이라고 썼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낙관을 잃지 않았던 그지만 여름은 존재의 의미를 되짚어볼만큼 쉽지 않았나 보다.


무거운 이야기와 연결짓는다는 게 미안한 느낌마저 들지만, 시골살이는 차라리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 왜냐하면 겨울 눈은 이동 자체를 두렵게 하기 때문이다. 겨울이 되면 그 어느 때보다 일기예보에 민감해지고 눈 예보가 있으면 가능한 운전을 삼간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열흘 전 예약해둔 건강검진 탓이다. 대전까지 나가야 하는데 일어나보니 눈이 쌓여있다. 수면내시경을 고려해 아내와 나의 일정을 조정했기 때문에 미루기가 쉽지 않았다. 고심하던 찰나 마을로 제설차가 들어왔다. 집 앞의 눈은 넉가래로 밀고 나가보기로 했다. 똑같은 눈이지만 대전보다는 금산이 더 신경 쓰이고 읍내보다는 남이면이 더 미끄러우며 상금리보다는 활골이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엉킨 실타래 풀듯 조심조심 차를 몰았다. 예약시간에 조금 늦었지만 무사히 도착했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수면내시경 도중 필름이 끊겼고 초음파로 장기를 훑던 의사로부터 깨끗하단 말을 들었다. 결과가 날아오려면 한참 걸리겠지만 그 한마디면 됐다 싶었다. 사실 건강검진이라는 게 돈과 시간 들여 안심을 사는 일 아니던가. 우리는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오는 길에 새우튀김을 한 박스 사 왔다. 콜레스테롤은 잠시 잊고, 치어스!

  • 양수리

    2017-12-08 16:47
    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을거라더니 요즘 초겨울 날씨가 제법입니다. 사진으로보니 활골은 훨씬 추워보이네요. 문하나만 열면 바로 겨울풍경으로 빠져들것같은 느낌입니다. 따뜻하게 건강한 겨울보내세요!!
  • 내일

    2017-12-08 22:38
    목공소에서 뭘 좀 하다 손이 시려 접었습니다. 밖은 춥지만 집은 따뜻해 괜찮습니다. 장작이 가득하니 마음까지 편안하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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