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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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형교회에 신을 사랑한다던 목사님이 있었다. 나이 들어 은퇴할 때가 되자 신의 뜻에 따라 후임을 청빙하겠다고 밝혔으나 교회가 임명한 이는 목사님의 아들이었다. '정당한 민주적 절차'로 승계했다는 것이 실제로는 세습이었다. 목사님은 거대한 예식을 열어 아들에게 바통을 넘겨주었고 참석자들은 목사님을 칭송했다. 그렇지만 한 교인이 '교회 사유화를 멈추라'고 외치자 그제서야 모두 속은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안데르센이 지금 이 땅에 있다면 이렇게 꼬집었을까? 전통적으로 한국 교회는 뜨거운 믿음을 강조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대단히 세속적이다. 아들에게 교회를 넘겨주는 아버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대개 세습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교회의 안정을 꼽는다. 다른 사람이 이어받으면 교회가 흔들린다고 변명한다. 그동안 강조하던 믿음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렇게 자취를 감춘다. 인간이 나서서 핏줄로 동여매지 않으면 신도 무기력하다는 듯. 그렇게 스스로 벌거벗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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