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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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를 샀다. 쪼개는 도끼다. 전장 74cm라 장작 패기에 알맞고 무게도 2.3kg으로 적당하다. 자르는 도끼와 달리 날물의 중간이 살짝 튀어나와 있다. 각도를 벌려 통나무가 잘 쪼개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랜 검색 끝에 신중하게 선택한 도끼다. 나무 자를 때 사용하는 엔진톱 브랜드인 허스크바나에서 만들어 믿을만했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인터넷에서 최저가를 검색해 주문했는데 가격 탓에 살짝 망설였다. 좋은 것 사서 오래 쓰는 게 이익이라는 자기합리화가 컸다. 김생민씨가 봤다면 도끼란 무엇인지 고민해보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화목난로를 피울 시기가 도래한 탓이다. 장작 팰 시즌이 개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작을 쪼갤 때마다 멋진 도끼를 하나 가지고 싶었다. 그동안 앞집 할아버지가 빌려주신 도끼날과 해머를 사용했다. 도끼날을 살짝 쳐서 고정한 후 그 위를 해머로 내리치는 식이다. 좀 무식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원하는 자리를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도끼질이라는 게 정확성만 요구하는 건 아니다. 때론 풀 스윙하면서 기분 내고 싶은데 도끼날+해머 조합으론 그게 어렵다. 물론 절실함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로 만족하는 게 맞다.



사실 활골에 내려와 바로 도끼를 질렀었다. 그런데 그게 쐐기 도끼(wedge axe)였다.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해 원하는 자리에 놓고 샤프트를 들어 타격하면 정확하게 쪼개지는 방식이다. 도끼질 초짜였던 터라 일반 도끼보다 더 안전하고 덜 힘들다는데 끌렸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이런 도끼 어떠냐며 보내주겠다고 해서 존재를 알았다가 코엑스에서 하는 무슨 박람회에서 실물을 보고 혹해 샀다.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만큼 답답했고 창고에 처박힌 신세가 됐다. 오죽했으면 앞집 할아버지가 답답해하시며 본인 도끼들을 빌려주셨을까.


몇 년 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맘에 드는 도끼를 가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바꾼 것에 가깝다. 쐐기 도끼가 워낙 비싼 물건이라 중고로 팔아 그 값으로 새 도끼를 샀기 때문이다. 읍내 대장간에 가보니 반값 정도에 살 수 있는 도끼도 많았다. 하지만 자루가 심히 거슬렸다. 물푸레나무라 단단하다지만 그간 서너 번 부러뜨린 괭이자루가 바로 그거라 믿기 어려웠다. 새 도끼 자랑한 김에 더 해보자면, 도끼날은 손으로 두드려 만든(hand forged) 것이고 자루는 단단한 나무로 유명한 북미산 히커리로 만들었단다. 날 보호를 위한 가죽집(sheath)도 딸려왔다.


서툰 목수가 연장 탓한다고 도끼를 다시 사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 아내가 사준다고도 했는데 먼저 산 도끼가 팔리면 그 돈으로 사겠다고 버티다 드디어 뜻을 이뤘다. 이미 시행착오를 겪었으니 새 도끼와 함께 오래했으면 좋겠다. 받자마자 시험삼아 한번 휘둘러 봤는데 매우 경쾌하다. 갖다 대기만해도 통나무가 알아서 쪼개진다. 좀 더 수월한 겨울이 될 것 같다.

  • 을지로

    2017-10-30 08:59
    드디어 도끼다운 도끼를 갖게 되었군. 문득 "금도끼, 은도끼"라는 전래동화가 생각나면서, 조만간 금도끼를 갖게 되었다는 글을 보게 되는 건 아닐지...
  • 내일

    2017-11-02 23:04
    ㅎㅎ 금도끼는 제 도끼가 아니고 허스크바나 도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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