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잡혔다

elephant.jpg


상상은 현실이 된다. 두 해 전 마른 막대기 같던 포도나무를 심으며 기대했던 그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봄부터 포도 줄기가 뻗더니 이젠 데크를 감싸고도 남는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라 여러 차례 가지치기했는데도 기세는 여전하다. 급기야 데크에 매달아 놓은 나무 코끼리까지 붙잡혔다. 바람 불면 흔들리며 바람개비 돌리던 녀석인데 지금은 덩굴손에 잡혀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다. 한때 뽀얀 나뭇결 뽐내던 하얀 코끼리가 햇볕에 그을리더니 검은 코끼리가 다됐다. 왠지 억울한 표정으로 날 보는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어쩌겠누. 포도가 잘 익어가고 있으니 조금만 더 버텨다오.

 

목록